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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6개월치 여론조사 ‘메타분석’ 돋보여…큰 틀의 보도방향은 잘 안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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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기 열린편집위원회 여섯 번째 회의

지난 한달 총선 보도 어땠나


한겨레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편집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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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기 열린편집위원회는 지난 3월 회의에서 <한겨레>에 ‘정책 중심의 총선 보도’를 당부한 바 있다. 그로부터 한달 뒤인 지난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 모인 위원들은 그간 한겨레의 총선 보도를 점검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8기 열린편집위원회의 여섯 번째 회의에는 홍성수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강혜란 위원(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김미경 위원(한겨레온 편집위원), 김제선 위원(희망제작소 소장), 박영흠 위원(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초빙교수), 우태희 위원(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한겨레에서는 새로 임명된 백기철 편집인을 비롯해 권태호 기획부국장, 이정연 참여소통데스크가 함께했다.

홍성수 총선 국면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사태가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는 칼럼이 한겨레에 실리기도 했다. 올해처럼 분위기가 잠잠하고, 쟁점이 뭔지도 알기 힘든 총선은 처음인 거 같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새로운 제도까지 도입되었는데도 말이다. ‘깜깜이 선거’ 같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했다. 한겨레 총선 보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

박영흠 한국 언론 전체로 봤을 때 경마식 선거 보도의 폐해는 여전했다. 한겨레가 낸 여론조사 메타 분석 보도는 다른 언론과 비교하면 단연 눈에 띈다. 다만 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먼저, 메타 분석이 왜 필요하고 다른 여론조사 보도보다 왜 나은지 기사마다 친절하게 설명이 있었으면 했다. 맥락과 배경을 모르는 독자들은 ‘메타 분석이 뭐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짚고 싶다. 메타 분석은 정확한 중계라는 점에서 높게 사지만 여전히 중계 보도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중계 보도를 줄이고 정확하게 분석하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느껴지는데, 여전히 ‘엎치락뒤치락’ ‘수성이냐 탈환이냐’ 등의 표현이 자주 눈에 띈다.

우태희 지난 회의 때 정책과 공약 위주의 보도를 요청했는데, ‘콕! 이 공약’ 보도가 좋았다. 디지털 성범죄, 부동산, 기후변화 등을 다뤘더라. 다른 총선 기사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인 비판이 주를 이뤘다는 인상을 줬다. 새로운 선거제도와 관련해서는 ‘이슈논쟁’ 면에서 ‘누더기가 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제목 아래 이 제도 도입의 찬반 논쟁을 실었는데, 독자들이 그 사이에서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볼 좋은 기회가 됐다.

여론조사 종합분석 첫 시도

데이터 기반 보도 강화 눈길

정당정책 비교한 ‘콕! 이 공약’

재미와 의미 두토끼 잡았는데

모바일앱·포털선 찾기 어려워

홍성수 많은 위원들께서 좋은 기사라고 꼽은 ‘콕! 이 공약’이 있다. 재미도 있고, 각 정당의 정책을 비교할 수 있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온라인 기사를 보면 독자들이 이 기획 시리즈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콕! 이 공약’ 기사 중 하나가 좋으면 다른 기사도 보고 싶어진다. 그런데 한겨레 누리집이나 모바일 앱에서 그 연결이 되지 않았다. 포털 사이트에서 ‘콕! 이 공약’을 검색해야 한다. 좋은 기획이고 기사인데 묶여 있지 않아 시너지가 나오지 않는다. 다른 좋은 기사들도 온라인에서 파급력이 적고,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지 않고 있다. 이런 게 아깝다. 지면의 좋은 자리에 배치하고 좋은 기사를 쓰더라도 영향력이 적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미경 동물권과 관련 정책에 대한 기사를 <한겨레>가 꾸준히 쓰고 있는데, 지속해서 짚어나가야 할 진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선거와 ‘약자’를 연결 짓는 걸 항상 생각해줬으면 한다. 문득 ‘노숙인들은 투표를 어떻게 하지?’라고 떠올린 적이 있다. 국가가 이들을 ‘당연히 투표하지 않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약자들을 투표하도록 하는 게 일상으로 발 들이게 하는 첫걸음 아닐까. 지난 회의에서 요청한 대로 정책과 공약 분석 보도 기사가 많았다. 공약을 ‘주제’로 나눠서 보도했는데, 생각을 바꿔 특정 유권자 위주로 정당과 후보가 어떤 공약을 갖고 있는지 보도했다면 좋았겠다. 20대 여성을 위한 공약, 청소년을 위한 공약, 자영업자를 위한 공약 등. 이렇게 하면 ‘나와 관련 있는 공약은 뭐가 있지?’ 하고 호기심을 갖고 보게 될 거 같다.

한겨레

21대 총선 관련 여론조사 메타 분석을 실은 3월16일치 기사. 사진 한겨레데이터베이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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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선 여론조사를 조사하는 개념의 기사들이 좋다고 본다. 박영흠 위원께서 지적하신 대로 판세 보도라는 측면에서 문제도 있지만, 전체적인 메가 트렌드를 분석하는 시도 자체를 높이 산다. 특히 종이 신문에서 이런 기획이 어렵겠지만, 이 같은 데이터 기반 보도를 강화하는 게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정책 보도와 관련해서 특정 계층의 요구와 정당의 공약을 연결지어 보여주는 기사를 내고, 이를 기획으로 묶어 보여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강혜란 지난 회의에서 시민들과 호흡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의미를 적절하게 반영하는 언론의 새로운 모습을 요청했다. 그 연장선에서 정책 관련 보도를 당부했다. 코로나19 국면과 연결해 코로나 이후 우리가 무엇에 주목해야 할 것인가를 총선 의제와 접목하는 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 한 달의 보도를 살펴보는데, 큰 틀에서 평가하자면 (이번 총선 보도의) 방향을 읽을 수 없었다. 메타 분석을 포함한 판세 분석, 소수자 의견 약간, 막말하는 정치인 이야기 조금, 정치개혁의 방향을 살짝 다루는 식이었다. 전반적으로 방향을 읽을 만한 지점이 부족했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회의 때의 요구가 반영된 지점이 있지만, 공을 들였다는 느낌은 전달되지 않았다. 정책 비교에 멈춘 것은 아닌가 싶었다. 선거 현장 속 트랜스젠더, 장애인, 여성, 청년이 어떻게 이번 선거에 임하는지 등에 대해선 어느 언론보다 적절하게 다뤘으나, 한겨레로서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홍성수 사실 총선 직전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이슈를 어떻게 잡아갈지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는 예상 못한 이슈였고 총선은 예측 가능한 일정인데, 오히려 후자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선거 보도의 중요한 지점은 이슈를 선도하고 후보자들이 그 이슈에 관한 질문에 답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게 중요한데, 그런 부분이 강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정책 관련한 좋은 기사가 한겨레의 누리집에 전면 배치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요즘 시대는 종이 신문을 잘 만들어도, 온라인에서 어떻게 편집하고 배치하느냐에 따라 다가오는 게 다르다. 만약 종이 신문을 보지 않고 온라인 뉴스만 봤다면 한겨레의 보도가 다른 언론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슈 면에서는 청년과 청년 의원 관련 이슈가 확실히 부각되지 않았다. 지난 4년 내내 많은 사람이 떠들고 강조했던 ‘청년 세대’ 이슈였는데, 막상 후보자가 공개되고 보니 청년 후보는 그 수가 너무 적었다. 이 부분을 한겨레가 강하게 비판해야 하지 않았나. 청년 관련 이슈 또한 부각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이슈 묻힌 경향

유권자·시민사회 더 조명했으면

깜깜이 선거속 ‘n번방’ 공론화로

젠더정책이 왜 필요한지 일깨워

김제선 선거 관련 보도 점검에서 살펴봐야 할 부분이 정당과 후보뿐만 아니라 유권자 시민을 중심에 놓고 ‘무엇을 어떻게 보도했는가’ 살펴보는 것일 테다. 과거 한겨레를 높이 산 건 이 부분에 있었다. 앞으로도 선거는 계속 있다. 이런 고민을 다시 해봤으면 한다. 선거 국면에서 한겨레가 일반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코너나 이벤트 등을 기획한 적이 있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엔 없더라. 시민사회가 총선을 맞아 펼치는 주장도 언론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다. 시민과 시민단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피고, 이 움직임을 함께 만들어가는 언론이 되었으면 한다.

박영흠 얼마 전 학생들과 ‘엔(n)번방 성착취 사건’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학생들은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왜 총선에서 이슈가 되지 않느냐고 하더라. 이처럼 엔번방 사건이 총선의 주요 의제가 되지 않는 것 자체가 사회의 문제라고 본다. 정치의 문제이기도 하고. 이 부분을 한겨레가 적극 의제화해서 총선과 관련해 보도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고민을 안 한 건 아니겠지만, 눈에 띄는 보도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강혜란 여성 유권자의 경우 이번 선거의 방향이 엔번방 성착취 사건이 공론화하면서 뚜렷해졌다고 본다. 이번 총선은 깜깜이 선거였지만, 1020 여성 유권자의 표심은 확실한 방향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지면에서 국회페미가 엔번방 사건과 관련한 법제사법위원회의 졸속 처리를 언급하며 투표에 꼭 참여할 것을 독려한 글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왜 국회의원 선거에 젠더 관련 정책이 필요한지 확실히 알게 됐다.

김미경 선거 이후 어떤 보도를 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선거 이전에 공약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선거 이후 공약을 어떻게 실천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선거 이후 한겨레의 역할이 더 중요하고 크다.

권태호 위원들께서 해주신 이야기에 대해 대체로 공감한다. 어떤 부분은 신문을 만들며 인지한 부분도 있었으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말씀해주셨다. ‘총선 보도 방향을 읽을 수 없다’는 의견을 주셨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은 ‘정권 심판’이라는 방향이 워낙 분명한 선거였는데, 이번 선거는 달랐다. 코로나19 등 외부적 환경도 영향을 끼쳤다. 이런 상황에서도 후보자 중심의 보도보다는 18살 청소년, 소수자를 비롯한 일반 유권자와 관련한 보도와 비례위성정당 비판 등 선거 전반의 문제를 다루려 많이 애썼다. 그러나 막상 누가 이길 것인가로 관심이 집중되자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거 같다. 총선 보도에서 판세를 중계하기보다 분석이 많아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하지만 분석이 지나치다 보면 주관적인 ‘해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총선 뒤에는 크게 선거법 재개정, 정국 전망, 정책 등을 다룬 보도가 이어질 것이다. 한겨레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열심히 준비하도록 하겠다.

우태희 이제 ‘코로나19 이후’가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은 외환위기도 겪었지만 그 상황은 동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번 팬데믹은 전세계가 직면한 문제라서, 그 이후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성수 다음 회의가 있는 5월 중순이면 코로나19 대책의 하나로 펼쳐지고 있는 경제 지원의 영향이 드러날 시기니 ‘경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자.

정리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녹취 설선정



열린편집위가 뽑은 ‘이달의 좋은 기사’

8기 열린편집위원들은 2020년 3~4월의 좋은 기사로 4·15 총선 보도 중 ‘정책 보도 기사’와 ‘메타 분석 기사’를 꼽았다. 위원들은 가장 좋은 기사로 ‘콕! 이 공약’ 기획 기사들을 꼽았다. 정책과 공약이 보이지 않는 총선 국면에 <한겨레>의 관점과 기준이 드러난 좋은 기사였다고 위원들은 입 모아 칭찬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 ‘코로나19’와 관련한 인터뷰 기사도 위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정은주 기자가 지난해 11월부터 꾸준히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취재해 보도한 오연서·김완 기자를 인터뷰한 기사를 보고, 위원들은 “두 기자가 정말 고마웠고, 기사를 읽다가 울컥하기도 했다”며 박수를 보냈다.

1. [4·15 총선-콕! 이 공약] 기획

경제부 이완 기자/ 정치부 김미나·노현웅·노지원 기자

심사평: “공약을 평가할 때 어떤 공약을 평가할 것인가, 어떤 기준에서 평가할 것인가의 지점에서 한겨레의 관점이 묻어나와 좋았다. 이 시점에 꼭 들여다봐야 할 것을 보도해줬다.”

2. 민주-통합 양당 지지율 6개월치 분석해보니 ‘10~12%p차 평행선’

정치부 이지혜 기자

심사평: “메타 분석, 여론조사를 조사한다는 게 새로웠다. 이번 총선에서 한겨레가 최초로, 유일하게 시도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3. 토요판 커버스토리-“‘박사방’ 조주빈은 유일하고 이상한 악마가 아니다”

한겨레21 정은주 편집장

심사평: “김완·오연서 기자의 엔번방 성착취 사건 취재기. 단순한 뒷이야기가 아니라 취재 과정의 깊은 고민을 담으면서, 앞으로의 과제를 밝혀준 의미 있는 기사.”

4. 토요판 커버스토리-‘코로나 전쟁’ 명지병원 이왕준, 사회적 책무가 곧 야망인 의사

토요판 김종철 선임기자/ 사진부 이종근 기자

심사평: “코로나19 사태 속 눈에 띄는 기사. 공공성을 병원 운영의 우선 가치로 놓는 의사의 이야기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5. 토요판 뉴스분석 왜-알면 쓸 데 있는 SNS 선거운동 가이드

사회부 김정필 기자

심사평: “다루는 소재를 완벽히 이해하고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기자의 마음가짐과 노력이 보이는 기사.”

6. [5·18 40주년] 기획-파추하·검파상이라 부르던 환자들

전국부 김용희 기자

심사평: “우리가 잊어선 안 되는, 지나칠 수 없는 5·18의 역사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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