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여파로 미뤄졌던 고등학교 3학년 등교일인 20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3학년 학생들에게 코로나 19 예방 관련 사항을 전파하고 있다. 2020.5.20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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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밤에 더워서 문 열고 잤더니 아침에 목이 살짝 따갑고 미열이 났어요. 온라인 건강자가진단 설문에 '인후통' 눌렀더니 '등교중지'가 떴어요. 중요한 수업이 있는데 학교를 못가 눈물이 났어요."
"학교에서 발열체크를 하는데 '37.6도'가 나와서 '강제조퇴'를 당했어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을 너무 치르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모두를 위해 안된다고 하셨어요. 중간고사도 다가오는데 빠진 수업을 어떻게 따라가야할지 모르겠어요."
"하루 종일 집이랑 학원만 왔다갔다 하다가 학교 등교하니까 살 것 같아요. 공부도 잘 안되고 뭔가 우울증 같은 것도 왔었는데 학교가서 친구들 얼굴이라도 보고 같이 수업하니까 너무 좋아요."
고3 등교수업 사흘째인 22일, 인천 대구 등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 학생이 나오면서 등교 연기 또는 학교 폐쇄가 있었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학교에 나와 수업을 이어갔다.
학생들에겐 등교 전 건강자가진단 시스템에 접촉해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등굣길 마스크를 쓰고 집을 나서는 게 낯설지만 당분간 반드시 지켜야하는 '일상'이 됐다.
예전처럼 지하철·버스에서 내릴 때부터 친한 친구들과 팔짱을 끼고 활기차게 대화를 나누면서 학교 정문을 향하던 풍경은 당분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고3 학생들은 대입 준비에 대한 스트레스와 낯선 방역 지침까지 따라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코로나 19 여파로 미뤄졌던 고등학교 3학년 등교일인 20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교실 입실 전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2020.5.20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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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거리두기를 위해 정문에서부터 1~2m 가량 거리를 두고 손소독제를 바른 다음 열화상카메라와 체온계로 발열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 익숙해져야 한다. 수업과 쉬는 시간에 마스크를 벗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눠선 안되고, 급식도 마주보는 사람 없이 대각선으로 앉아 조용히 먹어야 한다.
학업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고3 학생들 사이에선 학교의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등교 이튿날 바로 전국 단위 채점으로 성적이 공개되는 학평을 치르고 중간고사를 앞둔 교과과정 수업이 속도를 내는 와중에 학교 지침상 등교를 할 수 없거나 귀가조치, 자가격리되는 학생들이 적잖았던 탓이다.
특히 온라인 건강자가진단 설문항목에 자신의 몸 상태를 너무 솔직하게 체크했다가 '등교중지'가 떠서 등교하지 못했다는 사례가 많았다. 학교에선 아무리 사소한 증상이라도 혹시 모를 학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고 증상 악화 여부를 지켜보도록 안내하고 있다.
학생들 입장에선 발열, 기침, 인후통 등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당장 등교를 못하거나 학내 보건실·임시관찰실로 이동한 후에 조퇴, 선별진료소로 가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를 받으면 판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업에 나올 수 없다.
상황에 따라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2주간 등교수업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고3 학생은 학업에 타격이 클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학업과 방역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로 구성된 심리지원단을 통해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교복 착용 규정을 완화한 학교도 있다. 고3 학생들이 80일만에 등교하면서 집에 머무른 시간 동안 운동부족에 따른 체중 증가로 착용하던 교복이 제대로 맞지 않아 일상복과 병행해 입을 수 있도록 허락한 것.
교실 내 쉬는시간 등에 마스크 착용을 제대로 하지 않고 가까이에서 대화를 나누는 학생들도 있어 교사들의 생활지도가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교육청은 교사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부담 등을 감안해 학교에 추가로 생활지도 및 방역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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