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찬 기자(=경남)(design8517@naver.com)]
20대 국회가 저물고 있다. 앞으로 7일이 지나고 나면 21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해 사상초유의 코로나19 국가재난 해결과 개헌 드라이브에 어떻게 대응하고 순항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개원을 앞둔 21대 국회가 비상한 관심을 끄는 데는 4‧15총선 결과도 한몫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위기 국면에서 치른 대한민국의 선거에 전 세계 외신들도 의료적 대응만큼이나 비상한 관심을 보였고, 국가재난 상황 속에서도 66.2%라는 28년 만의 최고 투표율에 놀라기도 했다.
투표 결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해 국회 전체 의석의 5분의 3인 180석을 차지하며 1987년 민주화 이후 전례 없는 거대 여당이 탄생했다.
이에 반해 미래통합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해 103석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는 데 그쳤다. 게다가 보수정당 최초로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라는 충격적인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범여권 의석수 190석과 범야권 110석의 구도는 앞으로 펼쳐질 21대 국회 운영에 많은 전망과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까지 논란이 돼 온 4‧15총선 부정선거 의혹 제기와 관련해 경남의 총선 관련 시민사회단체가 선거관리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2월 19일 경남 창원에서 출범한 ‘대한민국부정선거감시협의회’ 김정수 상임대표와 유충열 사무총장 등 관계자들에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8일 프레시안 경남취재본부에서 진행됐다.
▲21대 총선 과정에서 활동한 대한민국부정선거감시협의회 김정수 상임대표(가운데)와 유충열 사무총장(왼쪽), 산내들인권정책연구소 정연대 대표가 지난 18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선거 시스템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석동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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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우선 협의회에 대한 설명부터 해 달라.
협의회:총선을 2개월여 앞둔 지난 2월 4일 경남시민단체연합을 비롯해 경남지역시민단체 대표회장 30여명이 모여 부정선거 우려에 대한 공감을 같이하고 ‘대한민국4‧15부정선거감시협의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하면서 만들어졌다. ‘대선협’ 출범은 같은 달 19일 경상남도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창립 행사를 개최했다.
프레시안:구성 동기와 활동 목표는 무엇이었나.
협의회:가장 먼저는 부정선거를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바람을 모으고 표현한 것이다. 선거의 과정에서 정당성이 담보돼야 민의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부정선거 감시 관련 단체들이 대부분 캠페인과 아스팔트 시위에 집중하는 데 반해 협의회는 구체적인 계획과 캠페인에 주력하기로 목표를 정했다.
프레시안: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협의회:대선협은 4‧15총선과 관련해 선거기간 중 부정불법선거 시민감시와 정당 참관인 교육, 선거참관인 참여 확대, 사전투표 및 당일 투표에 대한 감시활동, 사전투표함의 보관과 감시에 대해 선관위와 협력, 백서 발간 등을 주요 내용으로 정했다.
프레시안:규모는 얼마나 됐나.
협의회:투표참관인 1,918명과 개표참관인 123명을 자체적으로 만든 매뉴얼에 따라 교육하고 파견했다. 파견은 각 정당에게 연락해 대신 파견을 허락한 정당에 한해 이뤄졌다.
프레시안:부정선거 감시 매뉴얼 구성은 어떻게 했나.
협의회:주요선거일정에서부터 체크리스트, 각 투표별 참관인 체크리스트, 개표참관인 체크리스트로 구성했다.
프레시안:본론으로 들어가서, 현 선거시스템은 부정선거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핵심 내용은 어떤 것들인가.
협의회:전체적으로 보자면 선거법대로 진행되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선관위에서는 이를 부정하지만 현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그랬다.
프레시안:선거법에서 정해놓은 규정대로 진행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인가.
협의회:그렇다. 체계적인 선거 감시에서부터 투·개표 참관 매뉴얼과 참관인 사전교육 등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또한 정당별로 자기들에게 유리하도록 교육해 참가시켜 왔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가 부정선거감시매뉴얼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교육을 진행한 것이다. 사전투표용지를 우편으로 배달해 지역구 선관위에 도착하기까지 단계별 책임소재도 불분명하고 투명성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 또 투·개표 참관인 모집 절차에서부터 봉인지 부착 등도 마찬가지이다. 개표 때도 참관인이 감시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이다. 이런 것들이 상위법인 공직선거법을 하위의 공직선거관리규칙이 다 깨버리 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프레시안:하나씩 살펴보자. 사전투표와 관련한 문제점은 무엇인가.
협의회:사전투표라는 선거제도 자체가 본말을 전도시킬 수 있다는 게 우선 문제점의 출발이다. 이번 총선의 경우 4월 10일과 11일 양일간 사전투표가 진행됐고, 15일 본 투표가 있었다. 그런데 미리 투표한 사람들이 자신의 투표 내용을 충분히 알릴 수 있었다. 이는 스윙보터(유동층)들에겐 본 투표에서 투표 행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프레시안:본 투표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는 것인가.
협의회:그렇다. 정당과 후보별 정책과 공약을 중심으로 표심이 정해지고 행해져야 함에도 사전투표제도는 이를 침해하고 본 투표에 임하는 유권자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쳐 투표결과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본다. 또한 거소자투표도 보완이 필요하다. 거소자투표는 그동안 관리가 부실해 부정선거에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문제점과 지적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투표와 결과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보다 철저히 개선되고 보완돼야 한다.
프레시안:사전투표함의 배송과 보관이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시키지 못한다고 했는데.
협의회:사전투표가 마무리되면 관내투표함과 관외투표우편봉투로 구분돼 관외투표우편봉투는 가방에 보관된다. 그 후 선관위 직원과 정당 참관인, 경찰이 동행해 지역구별 선관위로 이동한 후 관내투표함은 보관실로 이송되고 관외투표우편봉투 가방은 우체국으로 이동한다. 우체국에서 해당 지역선관위로 분류돼 발송되면 다음날 정도에 배송되는데, 이때 우체국에서부터 선관위까지 우편봉투는 우체국 직원이 배송한다. 또한 도착한 관외우편봉투는 밤새 직원들이 분류하고 아침에 교섭단체 정당 참관인이 참가한 가운데 사무국장의 개인 방에 비치된 관외사전투표함에 투입돼 개표 때까지 보관된다.
프레시안:이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인가.
협의회:선관위와 우정사업본부가 우편배달 과정을 놓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선관위에서는 우체국에 책임을 이양했다고 하고, 우정사업본부는 선관위에서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어떤 지역에서는 관외투표함이 선관위로 가지도 않은 채 우체국 직원이 투표 현장에서 바로 가져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시스템의 철저하지 못한 문제 때문에 우편배달 과정의 투명성이 제대로 알려진 적이 없다. 결국 이러한 책임소재의 불분명과 투명성 미확보 등의 문제가 상존하는 이유로 우편배달 과정에서 부정선거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의혹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해결 방법은 무엇인가.
협의회:우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CCTV를 설치해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의를 제기했지만, 선관위에서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답변만 했다. 따라서 사전투표용지 배송 흐름 과정과 보관에 관해 제대로 감시하고 감독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의 보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프레시안:사전투표 QR코드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인데.
협의회:사전투표 QR코드는 선관위가 이번에 적용한 것이다. 바코드 대신 적용한 것인데, 개인정보 등이 담겨 있을 수도 있는 등 비밀투표 원칙을 위반할 수 있는 가능성과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프레시안:선관위는 개인정보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데.
협의회:법에도 없는 내용을 선관위가 시행한 것 아닌가. 국가기관이 절차 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이다.
프레시안:특수봉인지 문제점도 지적했다.
협의회:봉인지는 뗄 수도 있고 다시 붙일 수도 있다. 이게 무슨 봉인지 역할을 하겠나. 투표소에서 봉인지를 붙일 때 훼손율도 많아 개표소에서 훼손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심지어는 봉인지 전체에 미리 사인을 해놓고 가라는 경우도 있었다. 더한 경우는 특수봉인지 가운데 한 장을 잘못 부착해 문제가 되자 어디선가 한 장이 추가로 나와 붙여지기도 했다. 강력하게 항의했고, 선관위는 다음날 사과를 했지만 그 한 장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는 상태이다.
프레시안:선관위의 입장과 투·개표 현장이 너무 다르다는 지적도 했다.
협의회:투·개표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도 선관위는 완벽하다고만 답변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너무 다르다. 선관위는 그렇게 자신하면 안 된다. 가령 어느 지역에서는 특정 정당의 투표참관인이 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다가 적발돼 제지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선거사무원이 유권자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마스크를 내리게 하고 확인을 해야 할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규정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프레시안:전자개표기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인데.
협의회:중앙선관위는 수작업으로 개표를 하던 시대보다 절반 이상 시간을 단축시켜 보다 빠른 개표상황과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A-WEB(세계선거기관협의회)을 통해 ‘미루시스템즈’가 공급한 전자개표기를 독점계약으로 사용하고 있다. A-WEB은 중앙선관위가 지난 2011년 세계에 한국의 선진적 선거 시스템을 알리기 위해 창설을 제안해 2013년 국제 민간기구로 공식 출범했다. 2015년부터는 전자개표기와 서버구축 해외전파 사업에 주력했다. 하지만 2018년 이라크 총선 때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 부정선거 개입 의혹이 불거졌고, 이에 앞선 2016년 아르헨티나 정부는 보안상 허점이 있다면서 사업을 중단하기도 하는 등 외국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기도 했다. 따라서 국내 선거에서도 부정선거가 일어날 가능성은 크다. 이것이 합리적 의심이다.
프레시안:추가적으로 노출된 문제점은.
협의회:개표참관인들도 모든 것을 감시하고 검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정 공간은 개표참관인들이 아예 들어가서 확인할 수 없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다. 참관인들이 개표의 모든 과정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면 그 자체로서 문제가 아닌가. 이렇듯 전체적으로 현행 선거관리와 시스템이 잘못돼 있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다. 앞서 말했듯 선관위끼리도 정리된 내용이나 매뉴얼, 커뮤니티조차 없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닌가.
프레시안:어떻게 개선돼야 한다고 보나.
협의회:철저하게 현장 중심으로 시스템이 개선되고 보완돼야 한다. 그래야만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되고, 선거를 통해 선출된 선출직들이 제대로 된 대표성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은 비단 이번 21대 총선만의 문제는 분명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지속돼온 것이고 제대로 정비되고 개선되지 못한 것이 문제이다. 그래서 21대 국회에서는 이 문제를 제대로 살펴보고 대안과 해법을 마련해 확실하게 바꿔야 한다. 정치권의 노력이 절실하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제발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한편, 협의회가 최근 발간한 부정선거감시 백서에는 제기한 문제점들에 대한 중앙선관위의 해명자료가 함께 실려 있다.
중앙선관위는 우선 사전투표용지 QR코드 사용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주장에 대해 개인정보가 전혀 실려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유권자의 부정선거 의혹이 가장 많은 사전투표제를 폐기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모든 과정이 엄격하게 기록·관리되고, 중복투표 등도 불가능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사전투표함 보관과 감시 부분은 보관장소와 특수봉인지 부착, 중앙선관위 통합관제센터 실시간 모니터링, 관할 경찰서 및 보안경비업체의 순찰 강화 등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 외에도 전자개표기 폐기 주장과 관련한 해외 사례에 대해서는 터치스크린투표시스템이나 전자투개표시스템 등으로 판단돼 국내 사용 투표지분류기와는 전혀 다른 장비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시스템은 다중보안체계를 갖추고 있어 해킹이 불가능하고 개표결과의 인위적 조작도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김병찬 기자(=경남)(design85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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