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콜센터 직원 정규직화…노조 75.6% 반대로 무산
코로나19로 일자리 창출 시급…정부·공기업, 정규직 전환 추진 여력도 없어
15일 대구지법 김천지원 앞에서 열린 '2015년 이후 입사 톨게이트 수납원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민주일반연맹 등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오늘 판결은 1여년에 걸친 톨게이트 수납원 직접고용 문제에 종지부를 찍은 판결" 이라며 "결론이 명확한 불법 파견을 도로공사만 인정하지 않고 몽니와 갈라치기에 혈안이 돼 집단해고와 분쟁이 장기화 됐다"고 말했다. 2020.5.15/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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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박기락 기자 =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상담 업무를 담당하는 1600여명의 민간위탁업체 직원의 내부 정규직 전환이 노조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의욕적으로 추진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의 동력이 크게 상실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부터 고용위기가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면서 '신규 일자리' 창출이 당면 과제가 되면서, 정부나 공기업이 '비정규직-정규직 전환' 문제 해소에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340개 공공기관내 비정규직은 2만6000명 규모로 1년전보다 580명이 줄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부합하는 5년 연속 감소지만 감소폭은 지난해 가장 작은 수준을 나타냈다.
2015년 4만3769명이었던 공공기관 비정규직 규모는 2016년 3만8374명으로 5000명이 이상 줄었다. 2017년에도 3만4992명으로 줄며 4000명 가까운 숫자가 감소했고 2018년에는 2만6209명으로 8000여명 이상이 줄었다. 매년 수천명씩 줄었던 공공기관 비정규직 감소세는 지난해 '수백명' 수준까지 둔화된 것이다.
특히 공기업들이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대부분 자회사 설립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사회 곳곳에서 갈등을 빚었다.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은 간접고용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꼼수며 사실상 처우를 개선하기도 힘들다며 노동계에서는 반대 입장을 보여 왔다.
이에 지난해 한국철도(코레일) 본사·자회사 노조가 임금 인상과 본사-자회사 차별철폐 등을 요구하며 닷새간 파업을 벌였다. 3년만의 철도 파입이자 본사-자회사 노조의 첫 연대파업이었다.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도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 반대를 이유로 본사를 점거하는 시위를 벌였다.
건강보험공단의 경우는 기존의 노조가 고객센터(콜센터) 직원들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사례다. 건보노조는 '고객센터 노동자 직접고용 사업'에 대한 조합원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반대 의견이 75.63%를 차지하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직접고용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공공부문 중심으로 단기 일자리 55만개를 만들기로 하면서 정규직 전환의 속도가 더 더뎌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시책에 부응하기 위해 청년채용 등 '추가 일자리 확보'에 나서야 하는 공기업 입장에서 비정규직-정규직 전환까지 추진할 여력이 이미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공공기관의 인건비 부담은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 354곳은 인건비로 27조7444억원을 지출했다. 2014년 18조7520억원과 비교하면 5년만에 10조원이 불어난 셈이다.
반면 2016년 15조4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순이익은 이후 감소를 거듭하면서 지난해 6000억원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했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계획대로의 전환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비상 상황에 따라 긴급 고용도 중요하지만 고용의 질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계획대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irock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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