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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美 ‘反中 경제블록’ 요구…‘샌드위치’ 된 한국제조업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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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관광업 타격 그쳤던 사드때와 차원달라

中중간재 수출비중 높은 韓수출 감소 불가피

경제중추 반도체 비롯 車 등 全산업 영향권

전문가 “대중·대미 수출 타격 장기화 우려”

헤럴드경제

우리나라 수출의 관문 부산 신항의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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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우방국들로 산업 공급망을 재편하는 ‘경제번영 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에 한국의 참여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 전략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미·중 갈등이 파국 국면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자 기업들은 과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태에 따른 중국의 보복의 재현될 것이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사드 사태 당시 유통 및 관광업이 큰 타격을 받은 것과 달리 이번에는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 전반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 효과가 막대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의 취약점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맞물려 향후 수출의 급락세로 이어지며 제조업의 생사 자체를 가를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도 제기된다.

▶ 사드 보다 ‘세다’…이번엔 제조업= 미국이 우방국 중심으로 공급망(서플라이체인) 재편 구상에 나서자 기업들은 미-중 양국의 갈등 전개 구도를 지켜보며 비상 대응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미국의 ‘경제번영 네트워크’ 구상이 결국 미-중 신냉전 시대를 여는 것이라 해석하고, 향후 전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상전문가들은 이번 갈등이 과거 사드 사태와 급이 다르다 평가한다. 사드 사태 보복시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보복 자체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한 바 있다. 이에 관광과 내수 소비 등 민간의 자발적인 보복으로 대응해 왔다. 당시 타격은 그래서 유통과 여행업, 자동차와 휴대폰 등 중국 내 내수 소비재 등에 국한됐다. 하지만 우방국의 공급망 재편은 정부 차원의 진영 선택의 논리라는 점에서 이번 갈등은 제조업 전반에 방대하게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양국에 생산 기지를 지닌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코로나19 이후 자국 우선주의에 따른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며 중간재 수출 비중인 높은 우리나라는 큰 타격을 받게될 것”이라며 “정부는 양국 어느 편에도 들지 않고 기업이 피해가 생기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반도체, 자동차, 철강, 배터리 등 전 산업 영향권…대중, 대미 수출 모두 감소 우려=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와 다름 없는 반도체업계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초긴장 상태다. 크리스토퍼 포드 국무부 국제 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가 “중국 기술기업의 생태계 바깥의 진정으로 믿을 만한 공급자들을 점점 더 찾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전 세계의 믿을 만한 공급자들에게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한국의 삼성도 포함된다”고 밝혔지만, 반도체 업계는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메모리반도체의 중국 수출 비중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액중 대 중국 수출액은 전체의 39.7%에 이른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양국의 갈등이 어디로 번질 지 예측할 수 없어 기업으로선 현재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반도체 업계는 특히 미국의 견제에 중국의 반도체 자립 움직임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중국은 이번 사건으로 어떤 방식으로던 반도체 자급에 힘을 쏟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 유출과 인력 빼가기 시도 등이 더욱 노골화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도 또 다시 수출 쇼크를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일반기계와 함께 3대 수출산업인 석유화학은 그 중에서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중국이 가공해 미국 등 해외로 수출하는 각종 소비재에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생산한 석유화학 제품이 원료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8월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 규모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 급감하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바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완성차보다 부품 분야 타격을 우려한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가 북미 시장에 판매하는 완성차는 대부분 미국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 또는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어 직접적인 영향에선 벗어난다. 하지만 자동차에 사용되는 철강 제품이나 부품은 상황이 다르다.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자동차 부품 업계의 부활을 노리고 자국 밖 부품에 대해 무역장벽을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

게다가 오는 7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가 발효되면 한국산 자동차 철강이나 부품이 설자리는 더욱 좁아진다. 이 협정은 승용차 및 핵심 부품의 부가가치의 75%가 역내에서 창출돼야 관세를 면제해 준다.

이와 함께 자동차 산업의 미래 성장동력 부문인 배터리 부문에서도 삼성과, LG, SK 등은 미국과 중국 두 거대 내수 시장을 선택받는 상황에 직면할까 우려하고 있다. 이들 빅3 기업은 미국과 중국 양국 모두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경제통상팀 부연구위원은 “미국이 이런 식으로 강경한 자세를 갖는다면 미국의 대중수출도 줄고, 중국은 국산화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며 “양국이 경제 자립의 길을 걷게 되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및 대미 수출이 타격을 받는 상황이 장기적으로 오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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