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한미워킹그룹서 통일부 빠져라' 주장
통일부 "개인의 주장…평가하지 않겠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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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조치가 오는 24일로 시행 10년을 맞이할 예정인 가운데 정부는 남북이 합의한다면 북한 선박이 우리 측 해역을 다시 통과할 수 있다고 22일 밝혔다. 5·24 조치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직후인 2010년 5월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독자적 대북제재다. 정부는 5·24 조치가 이미 상당 부분 효력을 상실했다며 남북 간 협력은 얼마든지 가능한 상태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선박이) 제주항로를 통과하는 문제의 경우, 남북 간에 해상 통신에 관한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해상 통신 절차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남북 간 상호 구역의 통행, 선박의 통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지난 2005년 8월 남북해운합의서와 부속 합의서가 발효됨에 따라 남북해상항로대(민족내부 항로)를 개설, 남북한 선박이 상대측 해사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제주해협을 포함한 해상항로대를 다닐 수 있도록 해왔다. 남북의 선박이 공해로 돌아나가지 않고 지정된 민족 내부의 항로대를 사용함으로써 경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5·24 조치로 해상항로는 폐쇄됐고, 북한 선박은 제주해협을 통과할 수 없게 됐다.
5·24 조치는 ▲제주해협 등 우리측 해상항로 통행 금지 ▲남북교역전면 중단 ▲대북 신규투자 불허 ▲개성공단 체류인원 축소 ▲대북지원사업 보류 ▲방북 전면 불허 등을 포함하고 있다.
여 대변인은 다만 이러한 설명이 5·24 조치의 사실상 해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5.24 조치가 사실상 해제됐다는 표현을 한 적은 없다"면서 "유연화와 예외조치를 통해 사실상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관련해서 현재 추가적인 다른 후속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앞서 통일부는 20일 "5·24 조치는 사실상 그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면서 남북 간 교류협력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여 대변인은 "5·24조치는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유연화와 예외조치를 거쳐왔다"며 "정부는 5·24조치가 남북 간 교류 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설명대로, 5·24 조치는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유연화 조치가 시작돼 현재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조치가 시행된 이듬해인 2011년 9월 7대 종단 대표들의 방북을 계기로 ▲ 투자자산 점검 방북 허용 ▲ 선불지급 잔여물자 및 기계약 임가공품 반입 허용 ▲ 밀가루·의약품 등 지원품목 확대 ▲ 비정치·종교·문화 선별적 방북 허용 등의 내용이 담긴 '유연화 조치'가 발표됐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2013년 11월 남·북·러 물류 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지난 2018년 2월에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예술단이 만경봉호를 이용해 방남하는 등 5·24 조치의 예외 적용 사례가 이어져 왔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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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통일부는 '한미가 한반도 문제를 조율하는 한미워킹그룹 회의에서 통일부가 빠져야 한다'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여 대변인은 "개인의 주장에 대해서 평가하지 않겠다"면서도 "한미워킹그룹에서는 서로 관련 사항, 한미 간의 의견 조율이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실무 차원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오는 22일 출간되는 '창작과 비평' 2020년 여름호 대담에서, 비핵화와 남북관계, 대북제재 관련 사안 조율을 위한 한미워킹그룹 회의에 통일부가 참여하는 것과 관련해 "대북협력 주무 부처로서 독이 되는 것"이라며 "통일부가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부가 제재 결의에 대해 과도한 해석을 내놓은 경우가 많은 워킹그룹에 들어가 있으면 뭘 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째 공개석상에 나타나고 있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는 통일부는 말을 아꼈다. 여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활동이 (북한)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상황은 지켜보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이 어디에 머무는지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 관계당국에서 예의주시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북한의 급변 사태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간헐적으로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에 대해 정부가 일일이 답변하지는 않는다"고 여 대변인은 말했다. 그는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를 하는 것은 좋겠지만, 그런 주장들에 대해 정부가 반응을 하거나 논평을 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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