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는 지난 17일 자매결연 도시인 일본 나라시와 교류도시인 교토시 등에 방호복과 방호용 안경 등을 지원했다. 21일 이 사실이 경주시 홈페이지에 공개되면서 "일본을 왜 돕느냐"는 항의글이 게시판에 빗발치자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주낙영 경주시장. 경주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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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낙영 경주시장은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주 시장은 "최근 우리 경주시가 자매·우호도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나라시와 교토시에 방역물품을 지원한 데 대해 밤사이 엄청난 비난과 공격에 시달렸다"며 "토착왜구다, 쪽발이다, 정신 나갔냐, 미통당답다 등등 평생 먹을 욕을 밤사이 다 먹은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주낙영 경주시장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해명글.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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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시장은 이번 물품 지원이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경주 지진 당시 일본을 비롯한 해외 자매 도시들로부터 도움받은일화를 상기했다. 코로나19 당시 중국 우호 도시들로부터 방역물품을 지원받은 사실도 밝혔다.
주 시장은 "지금 일본은 비닐 방역복과 플라스틱 고글이 없어 검사를 제때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 대승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문화대국인 우리의 아량이고 진정으로 일본을 이기는 길이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경주시에서 보낸 방역물품 앞에서 '감사합니다' 팻말을 들고 있는 나카가와 겐 나라시장. 경주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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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긴 호흡으로 한일 관계를 바라봐달라고 주문했다. 주 시장은 이 글에서 "한·중·일 관계는 역사의 굴곡도 깊고 국민감정도 교차하지만 긴 호흡을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관계"라며 "과거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300년 동안 한반도의 수도로서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넓은 포용력과 개방성에 있었고, 지금의 경주도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주 시장은 시민들에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반일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극일이라는 점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경주시는 21일 시 홈페이지에 "코로나19로 방역물자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자매·우호 도시에 시 비축 방호복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주시는 "올해로 자매결연 50주년을 맞은 일본 나라시와 교류도시 교토시에 비축 방호복 각 1200세트와 방호용 안경 각 1000개를 지원했다"며 "나머지 우호도시에 방호복 각 500세트와 방호용 안경 각 500개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 시장은 당시 보도자료에서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진정한 친구이자 이웃”이라며 “누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한일 양국이 코로나 대응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런 결정에 일부 시민들이 크게 반발했다. 한 네티즌은 "대구에서 그렇게 난리 날 때 일본은 한국에 뭘 해줬냐"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일본 지원해주라고 세금 보내고 경북에 후원금 보낸 줄 아냐"며 경주시로 수학여행을 가지 않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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