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회계 자료 부실하게 올렸다가
논란 커지자 뒤늦게 공개
공개한 기부금 내역도
국세청 제출 자료와 금액 달라
지난 20일 오후 정의기억연대 부실회계·안성 쉼터 고가 매입 의혹과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의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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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2018년 회계자료를 부실하게 올렸다가, 기부금 횡령 등 논란이 불거지자 세부내역을 뒤늦게 공개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홈페이지 속 기부금 내역도 정의연이 국세청에 제출했던 자료와 금액에서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정의연 등에 따르면 이 단체는 '2018년 기부금품 모집 완료보고서'를 지난해 4월4일 홈페이지에 게재했는데, 그 활용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1년여가 지난 이달 19일 돌연 '2020년 5월19일 현재 2018년도 기부금품 모집 완료보고서의 날짜 오타가 발견돼 수정한다'며 활용실적을 공개했다. 정의연이 자체 마련한 정관 28조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연간 기부금 모금액과 활용실적을 다음연도 3월말까지 공개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의연은 기부금 모금액에 대한 현황을 제때 공개하지 않았을 뿐더러 가장 핵심 내용인 활용실적은 관련 논란이 불거지고서야 공개한 것이다.
정의연은 민법 제32조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며 '지정 기부금 단체'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정 기부금 단체는 모금액과 지출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할 의무가 있다. 이를 어기면 기부금품법에 따라 지정 기부금 단체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이 단체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기금을 다루는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지난 7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할머니가 이 재단의 기금 운용이 불투명했다는 기자회견 이후 제기된 의혹들은 대부분 돈 특히 기부금과 관련돼 있다. 현대중공업이 기부한 10억원을 이용해 경기도 안성에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안성쉼터)'을 조성과정에서는 지나치게 비싼 매입 대금을 지불하고도 할머니들이 주거하기 힘들어 제 용도로 쓰지 못했다. 지난해 6월에는 아프리카 우간다에 고 김복동 할머니를 기리는 센터 건립을 하겠다며 모금 사업을 진행하고 약 1200만원을 들여 부지까지 매입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우간다 김복동 센터 건립은 수포가 됐다. 부지는 현지 단체에 기부했다. 이로 인해 정의연은 앞뒤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모금부터 시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간 기부금 모금액이 국세청 홈택스 제출 내용과 일치 않는 점도 부실한 기부금 운영의 한 단면으로 보인다. 현재 정의연 홈페이지에는 2018년 기부금을 6억3555만8851원 모금하고 동일한 금액을 썼다고 공개돼 있다. 그러나 홈택스 공시 자료에는 8억2550만6176원을 모금하고 8억6226만2840원을 지출했다고 돼 있다. 정관에는 연간 단위 기부금, 지출내역을 공개하도록 했지만, 홈페이지 공개 보고서는 모집 기간이 2018년 2월10일부터 12월31일까지로 규정과 다르다. 2017년도 역시 홈택스와 홈페이지 공개 자료가 불일치한다.
모금 관련 공개 양식도 오락가락이었다. 2017년에는 모금방법을 100만 시민모금, 20만 동행인 등으로 표기했는데, 2018년에는 계좌이체, 후원물품캠페인, 홈페이지를 통한 모금, 후원행사 등으로 분류해 표기했고 2019년에는 아예 표기하지도 않았다. 배원기 홍익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는 "기부금 모금ㆍ지출 내역의 홈페이지 공개 의무마저 저버린 것은 조직 내에서 기부금 관리를 불성실하게 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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