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와중에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미국이 한국 참여를 사실상 요청한 것이 확인됐다.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21일(현지시간) “한국은 미국의 훌륭한 동맹”이라며 EPN 구상에 대해 한국과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동맹 얘기까지 꺼내는 것을 보면 미국이 EPN 동참을 한국 정부에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안 그래도 위기감이 팽배한데 G2 간의 극렬한 갈등은 한국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중국을 고사시키기 위한 미국의 경제블록 구상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했다는 것은 미국이 자신이나 중국 중 한쪽 편에만 서라는 불가능한 숙제를 내놓은 셈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거칠게 몰아세우는 것은 대선전략이라는 데 다른 목소리가 없다. 그래서 우리 정부로서는 더욱 난처하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금액을 내놓은 바 있다. 재선을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할 듯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EPN에 한국이 동참하지 않을 경우 어떤 수위의 압박을 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노골적인 편 가르기에 동참해도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자 중국이 한국에 대해 경제보복에 나섰고 아직도 진행형인 ‘사드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 EPN에 참여한다면 중국의 한국에 대한 보복이 사드 배치 때와는 급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벼랑에 몰린 기업들의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팽배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하지만 묘안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미중관계가 화해무드로 돌아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답이 마땅치 않지만 남북대치란 특수한 상황과 현실을 들어 양국을 설득하려는 외교·통상당국의 노력이 절실하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해외진출 국내기업 유턴이나 해외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방안도 준비해 둬야 한다. ‘새우등’ 터지는 상황은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빨리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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