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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헤럴드광장] 마스크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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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방역과 치료에서 한국이 전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한국이 특별히 무슨 비법이 있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의료진의 헌신과 자발적 도움, 국민의 관심과 공동체에 대한 배려, 그리고 책임감 있게 행동한 공무원들 모두의 협동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그중에서 특히 마스크와 손 씻기를 잘 한 것만으로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을 상당부분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이 마스크를 쓰면서 나타난 불편한 현상 두 가지가 있다. 마스크에 가려져 누구인지 얼굴을 인식하기 어렵고, 그 사람의 기분이나 감정이 어떤지를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졌다.

요사이 마스크를 자주 끼면서 잦아진 실수가 있다. 인사를 하는데, 누구인지 몰라 당황스러운 적이 많았다. 마스크로 가려지는 부분은 얼굴의 절반 정도인데 왜 우리는 마스크 착용만으로 얼굴을 구분하기 어려워진 걸까?

얼굴을 인식하는 방식은 물건이나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과 다르다. 얼굴 인식은 개개의 요소, 즉 눈, 코, 귀 등을 각각 인식하기보다, 전체의 ‘패턴’을 인식하는 방법이다. 얼굴에서 눈 사이의 거리, 눈과 코와의 관계, 입과 코의 거리 등을 한꺼번에 인식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전문가 능력과 관련이 있다. 강아지 전문가, 프로바둑기사 등이 자신의 전문적인 일을 할 때 뇌는 패턴을 전체적으로 인식을 한다고 하고, 이런 전문가들은 뇌 측두엽 아래쪽에 위치한 방추형이랑(fusiform gyrus)이 발달돼 있다. 방추형이랑은 얼굴을 인식하는 과정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이다. 즉, 우리가 다른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것도 상당히 전문가적인 능력인 것이다. 그런데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눈의 모양만으로 다른 사람을 인식하고자 하니, 그동안 인식했던 얼굴 전체를 보지 못해 쉽게 타인을 구별하지 못하게 되었다.

마스크 착용으로 또 다른 불편한 점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마스크 착용 상태로 얼굴을 인식하는 것보다는 좀 쉬운 듯하다. 인간의 감정은 눈을 통해 거의 80% 이상 표현된다. 그래서 마스크를 끼더라도 어느 정도 그 사람의 감정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RMET(Reading the Mind in the Eyes Test) 라는 검사가 있는데, 두 눈만 보여주고 그 사람의 감정 상태를 알아맞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환자는 이 기능이 떨어져 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알아보지 못하면 일상생활에서 적절한 행동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질환이 자폐증이나 조현병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젠 마스크를 끼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스크를 벗으면 자신의 얼굴이나 표정이 노출된 듯한 느낌이 들어 오히려 마스크를 끼는 것이 좋다는 사람이 많다. 한국의 방역 성공 중 하나가 투명하고 민주적인 방역 시스템이라고 한다. 점점 더 공개적이고 투명하고 모든 것이 접근 가능한 사회에서 오히려 마스크를 착용함으로써 서로 간의 거리를 더욱 멀게 만들고 있다.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고, 서로의 얼굴을 쉽게 알아보면서 서로 공감하고 어루만져주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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