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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공수처의 수사 명분을 만드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오히려 야당과의 공수처 설치 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22일 한 전 총리 사건 재조사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재조사가 필요하다"며 "검찰이 한 전 총리를 어떻게든 유죄를 만들려고 온갖 협박과 회유를 했고, 부화뇌동한 게 사법부였다. 검찰개혁이 나오게 된 원인도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한 전 총리의 명예회복 방안으로 재심 청구와 공수처 수사 등 두가지가 거론된다. 법조계에서는 재심 청구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증거가 위조 또는 변조된 경우나 원 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감정이 허위인 것이 확정 판결로 증명됐을 경우 등으로 재심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특히 재조사 주장에 불을 붙인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비망록이 이미 기존 재판에서 증거로 쓰여 재심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는 민주당이 재심 청구보다는 공수처 수사에 무게를 두는 이유기도 하다. 앞서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 "법적으로 공수처 수상 대상에는 들어간다. 공수처는 독립성을 갖게 되므로 공수처 판단에 달린 문제"라며 공수처 수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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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공수처 설치 관련 여야 협상을 앞두고 무리하게 '한명숙 이슈'를 끌고 가는 것 아니냐는 내부 지적도 있다. 설득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야당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의원 "한 전 총리가 억울하게 당한 것은 공감하나, 과거 사건을 공수처 설치에 이용할 계제는 못 된다"며 "아직 설치도 안 된 공수처에 수사 안건을 제시하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당초 7월 출범 예정이었던 공수처는 20대 국회에서 국회법, 인사청문회법 개정 등 후속 법안 처리가 불발되면서 출범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177석의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후속 법안을 '숫자'로 밀어붙여 통과시킨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야당 설득이라는 과제가 남는다. 미래통합당이 공수처장 후보 여당 단독 추천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후보 추천위원 추천권 2개를 모두 가져가게 됐기 때문이다. 통합당 추천 위원 2명이 후보추천에 반대한다면 공수처 출범이 무한정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이마저도 통합당이 '추천권을 행사했을 때'라는 전제가 달린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한 전 총리 사건을 공수처와 계속해서 연계시킨다면, 통합당이 아예 공수처 설치 협상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여권에서 제기한 현안을 공수처가 수사한다면 여권이 공수처를 좌우하는 것으로 비칠 수 밖에 없다. 야당이 공수처 설치에 반대한 것도 이러한 점을 우려했기 때문 아니었겠느냐"며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공수처 수사 주장은 야당의 반대 논리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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