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올 1Q 글로벌 완성차 업계 순익 1위
도요타·BMW·폭스바겐·GM 등 순익 제쳐
코로나 위기로 경쟁사 실적 급감 영향
고부가가치車·지역 분산 포트폴리오로 실적 방어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 1분기 도요타, BMW, 폭스바겐, GM 등을 제치고 처음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쟁사들의 실적 감소로 인한 '어부지리'의 측면이 크지만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확대, 신흥국 분산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성장했던 것처럼 이번 위기를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22일 블룸버그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현대기아차는 6억1200만달러(8186억원)의 분기순이익을 기록하며 16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1위로 올라섰다. 순익 규모로는 전년 동기 대비 53% 급감했지만 경쟁사 대비 순위는 지난해 5위에서 1위로 4단계 상승한 것이다. 현대기아차에 이어 2위 BMW(6억1100만달러), 3위 도요타(5억8000만달러), 4위 폭스바겐(5억7600만달러), 5위 GM(2억9400만달러) 등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1분기 7위에서 올해 5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비록 현대기아차의 매출액 규모는 도요타, 폭스바겐, 다임러, 포드에 밀리는 모양새지만 자본 투입 대비 이익을 나타내는 순이익에서는 가장 많은 이익을 창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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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가치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위주로 판매가 늘면서 이 같은 기록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 현대차의 SUV 판매 비중은 42.9%로 전년동기 보다 5%포인트 확대됐으며 기아차도 레저용차량(RV) 판매 비중이 52.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 1분기 유럽과 중국 시장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현대기아차의 판매 포트폴리오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분산된 것도 실적 방어에 주효한 역할을 했다. 게다가 의존도가 높은 한국 시장(17%)이 탄탄한 수요를 확인하며 3월부터 실적을 뒷받침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별로 보면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된 중국과 3월 초부터 이동 제한이 발효된 유럽 시장의 타격이 컸다. 반면 미국은 3월 중순 이후 본격적으로 봉쇄 조치가 내려지면서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제한됐으며 한국시장은 3월부터는 수요가 완전 회복되며 반등했다. 따라서 유럽과 중국 판매 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올해 1분기 실적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다. 지난해 판매량의 절반 가량이 유럽 시장에 집중된 다임러, 폭스바겐 등 유럽계 업체와 판매의 40%를 중국에 의존하는 GM도 실적 급락에 직면했다. 중국 내수 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1분기 적자 위기에 처했다.
물론 현대기아차도 코로나19로 인한 매출액 및 순이익 감소는 피해갈 수 없었다. 다만 경쟁사들이 뒷걸음질 치는 가운데 먼저 위기 국면에서 벗어난 중국과 한국시장 위주로 점유율을 늘려갈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1분기 한국계 완성차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8.4%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확대됐다.
이에 따라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 국면에서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늘린 것처럼 이번 코로나 사태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008년 418만대에 불과했던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는 수요회복기(2009~2012년) 3년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2012년 713만대까지 확대된 바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시장 등 선진 시장 비중이 높은 경쟁사와는 달리 현대기아차는 내수를 포함한 신흥 시장의 비중이 높아 이번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선전할 수 있었다"며 "3분기 글로벌 시장의 V자 반등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신차 사이클의 한 가운데에 있는 현대기아차의 공장 회복 가동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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