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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특수고용노동자’ 경마기수들, 노조 설립 첫 승인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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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서 ‘노동자 지위’ 인정

부산·경남지역 경마기수노동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낸 노조 설립 신고가 뒤늦게 받아들여졌다. 경마기수가 노조법상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은 것은 처음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2일 “전날 부산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부산·경남 경마기수노조에 대한 노조설립필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 경마기수 28명이 지난 1월28일 부산노동청에 노조 설립 신고를 낸 지 4개월 만이다.

기수는 마구간이라 할 수 있는 ‘마방’을 운영하는 조교사와 기승(騎乘)계약을 맺고 말을 탄다. 말을 관리하고 훈련시키는 마필관리사도 조교사에게 고용돼 있다. 조교사 인사권은 면허 교부와 마방배정심사를 주관하는 마사회가 갖고 있다. 말을 소유한 마주까지 포함하면 마사회-마주-조교사-기수·마필관리사가 피라미드형 위계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수는 마사회와 조교사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노동을 제공하지만 개인사업자 신분인 특수고용노동자다. 신분과 소득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는 2005년 설립 후 기수 4명, 마필관리사 3명 등 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11월29일에는 부산경마공원 소속이던 고 문중원 기수가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와 마방 선정 심사과정 비리 등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후 시민대책위원회가 꾸려져 100일 넘게 투쟁한 끝에 지난 3월 마사회와 재발방지책에 합의했다.

노조 설립 신고가 받아들여지면서 기수노동자들은 단체교섭권을 비롯한 노동권을 갖게 됐다.

공공운수노조는 “경마의 꽃이라 불리는 경마기수는 화려한 외면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한 고용과 극심한 수입 격차, 마사회와 조교사의 갑질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며 “마사회는 기수노동자들의 법적 권한이 확인된 만큼 이들의 노동권 보장에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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