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가 `제154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정부 연구개발(R&D) 과제 선정·평가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과학기술한림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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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구개발(R&D) 과제 선정에 참여하는 평가위원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김수영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154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R&D 과제 평가위원의 전문성을 우선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토론회는 만 45세 이하 우수 과학자들로 구성된 학술단체인 차세대과기한림원(Y-KAST)이 '젊은 과학자가 바라보는 R&D 과제의 선정 및 평가 제도 개선 방향'을 주제로 마련했다.
Y-KAST가 회원 7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현행 R&D 과제 선정·평가 과정에 가장 문제가 있는 부분(중복응답 허용)으로 '상피제도로 인한 평가위원의 전문성 저하'가 56%로 가장 많이 꼽힌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 시 인맥에 의한 불공정성'과 '평가자 인센티브 부족으로 인한 평가위원의 적극적 참여 부족'이 각각 33%를 차지하며 뒤를 이었다.
평가위원의 전문성이나 공정성이 떨어지는 문제와 관련해 정우성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는 "혈연과 지연 등을 배제하기 위한 상피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 경우 미국 등에 비해 작은 국내 학계에서는 비전문가가 심사를 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며 "상피제도는 어느 정도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행 R&D 과제 선정에서는 사람이 정해진 풀 안에서 평가위원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보니 평가위원 정보가 사전에 누출되거나 평가위원 구성에 개인 의견이 되는 등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결 방안으로 키워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무작위로 평가위원을 구성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밖에 지적된 문제점으로는 '과제 기획의 편중된 주제'(28%), '미선정에 대한 불확실한 심사평'(27%), '양적 성과 위주의 평가'(24%), '과제 참여 개수 제한'(23%), '향후 계획이 아닌 과거 실적 위주의 평가(20%) 등이 꼽혔다. 정 교수는 "정부의 업무 평가는 인사, 예산 등과 연결돼 있다 보니 성과지향적 성격을 띠게 된다"며 "이런 방식의 평가는 평가 자체를 늘릴 뿐만 아니라 단기 성과 위주의 R&D 사업을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 교수는 "결국 정부의 과도한 감시와 평가는 과학기술계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는 소수의 연구 부정 문제로 과기계 전체를 덮어버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문 분야에 맞는 평가방식을 자율적으로 도입하도록 하는 대신 부정행위를 과감히 처벌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평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민구 과기한림원장은 "최근 정부가 '한국형 뉴딜정책'을 발표하면서 신산업 육성과 관련 R&D에서 대대적인 재정 투자와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지만, 혁신적인 방법으로 연구를 수행하고자 하는 젊은 연구자들은 여전히 국가의 R&D 제도에 대해 많은 어려움과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번 자리가 미래 주역들이 좀 더 주도적으로 국가 R&D에 참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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