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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매국노’ 비판받는 경주시장… 그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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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낙영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조건적인 반일 아냐"

세계일보

경주시에서 보낸 방역물품 앞에서 ‘감사합니다’라고 적인 팻말을 들고 있는 나카가와 겐 일본 나라 시장. 경주시 제공


주낙영 경주시장이 일본 자매·우호도시에 비축 방호복과 방호용 안경 등을 지원했다가 ‘매국노’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경주시는 지난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자매결연도시인 일본 나라시와 교류도시인 교토시에 각각 비축 방호복 1200세트와 방호용 안경 1000개씩을 항공편으로 보냈다.

시는 또 이달 말까지 일본 오바마시와 우사시, 닛코시 등 3개 도시에 방호복 각 500세트와 방호용 안경 각 500개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호물품을 전달받은 교토시가 주 시장의 응원 영상메시지와 경주시 코로나 대응 사례집을 교토시 공식 유튜브 채널과 세계역사도시연맹 홈페이지에 소개하기로 했다.

주 시장의 이같은 방침은 2016년 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을 때 일본을 비롯한 해외 자매ㆍ우호도시들로부터 도움 받았고 상호주의 원칙하에 지원한 것이다.

그러나 여론은 주 시장을 향해 거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22일 경주시 홈페이지와 주 시장 페이스북 등을 보면 방역물품 지원에 불만을 느낀 일부가 주 시장을 향해 “토착왜구다”, “미통당답다” 등의 항의성 글을 남기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주 시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면서도 시민들께 이해를 구하는 측면에서 설명을 좀 드리고자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본 자매도시 등에 방역물품) 지원은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무조건적인 반일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극일로 받아들여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전쟁 중 적에게도 의료 등 인도주의적인 지원은 하는 법”이라며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진정한 친구이자 이웃이다. 누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한·일 양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6년 경주 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을 때 우리는 일본을 비롯한 해외 자매ㆍ우호도시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지금은 일본이 우리보다 방역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럴 때 대승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문화대국인 우리의 아량이고 진정으로 일본을 이기는 길이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세계일보

주낙영 경주시장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 페이스북 캡처


다음은 주 시장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 전문이다.

최근 우리 경주시가 자매ㆍ우호도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나라시와 교토시에 방역물품을 지원한데 대해 밤사이 엄청난 비난과 공격에 시달렸습니다.

토착왜구다, 쪽발이다, 정신 나갔냐, 미통당답다 등등 평생 먹을 욕을 밤사이 다먹은 것 같습니다. 반일감정이 팽배한 이 시점에 굳이 그런 일을 했느냐는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면서도 시민들께 이해를 구하는 측면에서 설명을 좀 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방역물품 지원은 상호주의 원칙하에 지원하는 것입니다. 2016년 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을 때 우리 경주는 일본을 비롯한 해외 자매ㆍ우호도시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바로 한두 달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시안, 양저우, 칭다오 등 중국으로부터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많이 지원받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일본이 우리보다 방역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가 평소 하찮게 여겼던 마스크가 부족해 대란을 겪었듯이 경제대국 일본이 비닐 방역복과 플라스틱 고글이 없어 검사를 제 때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럴 때 대승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문화대국인 우리의 아량이고 진정으로 일본을 이기는 길이 아닐까요?

전쟁중 적에게도 의료 등 인도주의적인 지원은 하는 법입니다. 더우기 이번에 우리 시가 방역물품을 보낸 나라시와 교토시는 역사문화도시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교류해 온 사이입니다. 특히 나라시는 올해가 서로 자매결연을 맺은지 50주년이 되는 해고 교토시와는 양국의 천년고도를 잇는 뱃길관광 크루즈사업을 협의중에 있구요.

지정학적으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없는 한중일 관계는 역사의 굴곡도 깊고 국민감정도 교차하지만 긴 호흡을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관계입니다. 이미 세 나라는 경제적으로 크게 의존하고 있고 순망치한의 관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과거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300년 동안 한반도의 수도로서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넓은 포용력과 개방성에 있었습니다. 지금의 경주도 다르지 않습니다. 외국에서 많은 손님들이 와야, 다시말해 열고 품어야 먹고 살 수 있는 국제관광도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 복합적 관점에서 방역에 다소 여유가 생긴 우리 시가 지원을 하게 되었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반일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극일이라는 점을 간곡히 호소드리고 싶습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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