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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만물상] 국회 제 밥그릇 챙기기 또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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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기자들이 들어갈 수도, 들여다볼 수도 없는 곳이 본회의장 뒤편의 의원 휴게실이다. 이곳에선 공개된 자리에서 조금 전까지 얼굴 붉히던 여야 의원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맞담배를 피운다. 작년 패스트트랙 사태 때도 거친 몸싸움을 벌인 의원들이 의원 휴게실에선 서로 등을 두드렸다고 한다. 의원들은 카메라 앞에선 늘 싸우는 듯 보이지만 뒤돌아서면 서로 ‘형님’ ‘동생’ 하는 경우가 많다. 의원들은 밥그릇 늘리고 제 식구 챙기는 일에서 늘 하나가 된다. 세비 인상, 보좌관 늘리기, 예산 품앗이, 체포동의안 부결 등이다.

▶의원은 자기 월급을 자기 마음대로 올릴 수 있다. 새해 예산안에 슬그머니 끼워 넣는다. 비난 여론에 철회하거나 반납하는 일도 있었지만 처우는 꾸준히 좋아졌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의원 연봉은 세계 톱 클래스라고 한다. 세비는 눈에 잘 띄기라도 하지만 의원들이 곳곳에 숨겨놓은 눈먼 돈도 많다. 주유비, 차량유지비, 정책연구용역비, 정책자료발송비 등이 감시 사각지대에서 꾸준히 올랐다. 20년 전 5명이던 국회의원 보좌진은 지금 9명으로 늘었다. 모두가 의원들 짬짜미의 결과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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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들은 때만 되면 의원 특권 축소 공약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의원들은 올해 국회 예산에서 특수활동비를 삭감했다. 그런데 동시에 업무추진비를 슬쩍 늘려놓았다. 특수활동비를 업무추진비로 대체해 국민 눈을 속인 것이다. 5년 전 카드단말기 출판기념회가 도마에 올랐다. 의장 직속으로 '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란 게 만들어져 출판기념회를 금지하겠다고 했다. 빈말이었다. 작년 말 여의도엔 출판기념회가 성황이었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에 대한 예산 지원은 늘 비판 대상이었다.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올해 예산에도 헌정회 지원으로 64억원이 배정됐다. 여야 의원들이 짬짜미하면 국민은 알 수가 없다.

▶국회가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을 10명 늘리는 임용규칙 개정안을 마지막 본회의에서 슬쩍 끼워 넣어 통과시켰다. 5년간 70억여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이 자리는 각 당의 당직자들이 파견 가는 자리다. 1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 입법 활동을 돕는다지만 돈 받고 노는 자리다.

▶20대 국회는 4년 내내 싸웠다. 늘 합의 처리해 온 선거법을 두고도 몸싸움을 벌였고 결국 여당이 강행 처리했다. 싸우기만 했을 뿐 한 일이 없어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여야가 한마음 한뜻으로 처리한 것이 제 밥그릇 챙기는 일이었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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