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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밥그릇 민주주의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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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첫날인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이 장을 보는 소비자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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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직후,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할 것인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정부보다 앞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만큼, 이른바 보편적 복지 대 선별적 복지의 논쟁은 지방정부 수준에서 먼저 촉발되었다. 그 가운데서도 선도적으로 보편적 지원을 결정한 경기도의 경우는 가장 인상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언론 인터뷰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보편적 지원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재난지원금은 복지정책이 아닌 경제정책이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기도의 이른바 재난기본소득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가계를 지원하는 ‘복지’정책이라기보다 가계의 구매력 확충을 통한 수요 부양을 주목적으로 하는 ‘경제’정책이라는 것이다. 2011년 무상급식 논란에서 비롯된 이래, 보편적 복지 대 선별적 복지의 해묵은 논쟁은 언제나 ‘정치논리’의 영역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무상급식,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구체적 이슈가 무엇이든, 논쟁의 끝은 항상 다음과 같은 난제로 귀결되곤 했다. 즉, ‘부자에게까지 이런 복지 혜택을 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정당하냐’는 것이다. 이 지사의 발언에서 인상적인 것은 논쟁의 영역을 정치논리에서 경제정책으로 옮겨 놓음으로써, 이처럼 ‘노답’인 문제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려 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복지가 아닌 경제정책으로서 보편적 지원은 선별적 지원에 비해 얼마나 타당성을 가질까? 소득수준 선별과 지원 신청에 소요되는 시간 및 비용의 절감을 차치하더라도, 필자는-이 지사가 의도한 바인지는 알 수 없으나-보편적 지원이 경제적으로 보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요, 구체적으로 소비의 부양이 정책의 주된 목적이라면, 그 효과는 재난기본소득을 보편적으로 지급했을 때의 가계소비 증가분과 같은 금액을 저소득 가계에 선별적으로 지급했을 때의 소비 증가분을 서로 비교함으로써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현금성 급여와 달리 재난기본소득은 한시적으로 쓸 수 있는 상품권 형태로 지급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지급액은 100% 다 소비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책의 효과는 결국 지원받은 가계가 지원이 없었다면 하지 않았을 소비를 얼마나 늘리는가에 달려 있다.

한편 저소득층은 상위 소득층에 비해 식료품, 연료비, 개인서비스 등 필수재에 대한 소비성향이 높다. 따라서 저소득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의 상당 부분은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기보다, 지원이 없었어도 지출해야 하는 필수재 소비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고소득층은 필수재에 대한 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낮으므로 받은 지원금으로 기존 소비를 대체하기보다는 소형 내구재나 외식, 오락ㆍ문화서비스 등 다양한 종류의 선택적 소비를 새롭게 늘릴 수 있다. 따라서 적어도 단기적인 소비의 순증 및 다양화 효과에서는 보편적 지원이 저소득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직장을 잃은 빈곤 가구와 같이 지원금 없이는 필수재 소비조차 어려운 취약계층의 경우, 기존 소비의 대체효과는 미미할 것이므로 이들에게는-이미 실제로 시행하고 있듯이-별도의 추가적 지원이 효과적일 것이다.

아무튼 각설하고, 경기도의 사례에서 보다 주목할 교훈은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정치논리와 경제정책의 관점 중 어디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논쟁의 성격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물론 민주주의 국가에서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이 정부예산이 소요되거나 입법이 요구되는 경제정책의 최종 결정은 대의기관인 국회, 즉 정치의 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경제는 경제논리로 해결해야 한다’는 구태의연한 주장은 당연히 기각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가 단순히 ‘밥그릇 민주주의’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책 결정자들은 올바른 경제논리에도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박강우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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