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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 ‘나눔의집’, 3년 전에도 ‘회계 분리’ 권고받았으나 뭉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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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광주시는 사후조처 없이 사실상 묵인

2017년 이사회때 월주 스님

“법인·시설 사무국장 분리 권고받아”

소장 “관례상 처리…시청과도 얘기”

직원 내부고발 뒤 상임이사 찾아와

“법인 과장과 회계자료 공유” 압박


한겨레

15일 오후 경기 광주시 퇴촌면 원당리 나눔의 집 전경. 광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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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 이사회가 2017년에도 법인과 시설의 회계를 분리해 따로 운영해야 한다는 권고를 경기도 광주시에서 받고도 개선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리·감독 주체인 경기도와 광주시가 해당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4일 <한겨레>가 입수한, 2017년 2월 열린 나눔의집 이사회 녹취록을 보면, 이사진과 운영진은 회계 및 후원금 관리 부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고 이와 관련해 광주시 등에서 개선 권고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인 월주 스님이 “법인, 시설, 역사관이 있는데 광주시에서도 사무국장을 분리해서 하면 좋겠다고 권고를 한다”고 말했다.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은 “시설 평가자들이 ‘후원자 대부분이 할머니 보고 (후원을) 하는데 왜 (후원금을) 법인으로 다 주냐’고 해서 관례상 이렇게 하고(한다고) 시청과도 얘기가 됐다. 그래도 최소한을 시설로 받으라고 해서 매달 200만원씩은 시설로 받는다”고 했다. 이미 3년 전에도 같은 지적을 받았지만 ‘최소한의 조처’만 했다는 것이다.

한겨레

경기 광주시 퇴촌면 원당리 나눔의집 전경. 광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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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주 스님은 “후원금이 들어오는 통장이 16개가 있었는데 시에서 감사가 나와 산만하게 (운영)해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받았다. 내가 나서서 시장님을 만나 수습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후원금 등을 운영한 결과, 나눔의집은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사회복지시설 평가’의 ‘재정·조직 운영’ 부문에서 2015년과 2018년 연속 에프(F) 등급을 받았다. 최호윤 삼화회계법인 회계사는 “(지자체에서) 지도점검 결과가 개선되지 않았다면 주무 부처에서 뭔가 조처가 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광주시 관계자는 “법인 후원금의 주무관청은 경기도”라며 책임을 돌렸다.

내부고발에 나선 직원들은 이처럼 조계종 스님들을 중심으로 법인 이사회가 지속될 경우 시설 운영의 투명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김대월 나눔의집 역사관 학예실장은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오든 국가가 직접 운영을 하든 더 이상 ‘위안부’ 문제를 방치하지 말고 이 공간을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직원들은 이사진이 최근 내부고발에 참여한 직원을 업무에서 배제하려 했다고도 주장했다. 상임이사인 성우 스님이 지난 22일 시설을 찾아와 지난해 2월부터 법인 회계를 담당해온 ㄱ씨에게 “(새로 채용한) 법인 과장 ㄴ씨와 회계를 공유하지 않으면 형사처벌되니 그렇게 알라”고 말하며 압박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후원 계좌를 분리하는 등 광주시의 지적은 따르지 않고 제보한 직원을 업무에서 제외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눔의집 법인 대리인인 양태정 변호사는 “새로 온 직원과 협력해서 업무를 하라고 부드럽게 말씀하신 것이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330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시민사회연대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어 “광주시와 경기도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배경이 조사돼야 한다. 아울러 제기된 의혹을 규명하는 과정에 종단 인사들이 배제돼야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앞서 나눔의집 이사회는 지난 19일 인권침해 의혹과 관련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밝혔으나, 화평 스님은 “이사회에서 논의할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박다해 이유진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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