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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中 ‘국보법’ 공식화에… 美 ‘홍콩 특별지위’ 박탈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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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방위 압박에 中도 ‘맞보복’ 예고… G2 대립 격화 / 폼페이오 “홍콩 자치권 영향줄 것” / 특별지위 박탈되면 특혜 못 받아 / 亞 금융중심지 상실… 中도 타격 / 美, 핵실험 재개카드까지 꺼내 / 中 “입법은 내정… 간섭말라” 반발 / 왕이 “美, 신냉전 몰아 가려고 해” / 美기업 블랙리스트 올려 제재할 듯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제정을 공식화하자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가능성을 경고하고 중국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가 하면, 28년간 중단했던 핵실험 재개 카드도 꺼냈다.

이에 중국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 주권 수호 의지를 강조하며, 항전 의지를 재확인했다. 중국이 이처럼 강력 반발하면서 마치 폭주하는 두 기관차가 마주 보고 달리듯 양국 간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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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추진에 반발한 홍콩 시민들이 24일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이 최루가스를 쏘자 달아나고 있다. 홍콩=AF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홍콩의 자치권과 자유에 영향을 주는 어떤 결정도 일국양제(一國兩制) 및 그 영토의 지위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전날 “홍콩이 그동안 누렸던 권리들이 지속할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와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을 특별대우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홍콩의 자치권이 일정 수준에 미달할 경우,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홍콩인권법을 제정했다. 지난해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로 촉발된 ‘홍콩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중국 중앙정부의 직접 개입 가능성이 커지자 대중 견제 차원에서 도입한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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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루탄에 달아나는 홍콩시민들 24일 홍콩 시민들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던 중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해 흩어지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이날 홍콩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부터 완차이 지역까지 이동하며 “홍콩 해방”, “우리 시대의 혁명”, “홍콩 독립뿐” 등을 외치며 반중 시위를 벌였다. 홍콩=AFP연합뉴스


미 정부는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은 중국 중앙정부의 직접 개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홍콩 인권법을 통해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조치가 현실화하면, 홍콩은 중국 본토와 같은 최대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담하는 등 여러 특혜를 받을 수 없다. 특히 외국자본 이탈로 아시아 금융 중심지라는 홍콩의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고, 중국이 입을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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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부는 또 대량살상무기(WMD) 및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인권탄압 등을 이유로 중국 회사와 기관 33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화웨이에 대한 고강도 규제조치에 이은 새로운 경제제재다. 미 의회는 ‘2020년 위구르 인권정책 법안’도 다음 주 처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미국은 군사적 압박 차원에서 28년간 중단됐던 핵실험 재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핵실험 재검토’만으로도 강력한 압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즉각 맞보복 가능성을 경고하며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23일 성명을 통해 “일국양제는 국가 기본정책”이라며 “홍콩 특구입법 문제는 내정으로, 어떤 외국도 관여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홍콩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추진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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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인 조슈아 웡(黃之鋒.왼쪽))이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을 비난하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왕 국무위원은 24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주권과 정당한 발전 권리를 반드시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일방적으로 중국을 바꿀 수 없으며, 14억 중국 인민의 현대화를 향한 역사의 과정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을 모욕하는 ‘정치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확산하고 있다”며 비판하면서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중국에 묻는) 마구잡이 소송으로 중국의 주권을 침범하려는 것은 백일몽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경계해야 할 것은 미국의 일부 정치 세력이 중·미 관계를 신냉전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충분한 대응 수단이 있다’며 반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기업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올려 직접 제재하거나, 퀄컴, 시스코, 애플 같은 기업 조사를 통해 괴롭히는 방안이 유력하다.

한편, 이날 오후 홍콩 시민 수천명이 도심 코즈웨이베이에 모여 “하늘이 공산당을 멸할 것이다”, “홍콩 독립” 등 구호를 외치며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하면서 강제 해산에 나섰다.

베이징·워싱턴=이우승·정재영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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