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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美 약점’ 희토류 독립작전···中에 맞서려 알래스카까지 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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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초음속·레이저무기, F-35 필수소재

국방물자 생산 기금 수십억달러 투입

30년 중국 의존 탈피, 생산 능력 복구

알래스카·와이오밍·텍사스 광산 개발,

중희토 분리 가공처리 공장 건립 지원

중앙일보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광산인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 광산 전경. 미 국방부는 운영사인 MP 머티리얼스에 2억 달러 규모의 '중희토' 분리 가공시설 건립을 지원하기로 했다가 중국 기업이 이 회사 지분의 9.9%를 보유한 사실이 논란이 되자 사업을 보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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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신냉전 시대에 돌입한 미국이 장기전 준비에 나섰다. 최우선 목표 중 하나는 17개 희귀 금속원소를 통칭하는 '희토류(Rare-earth element)' 독립이다.

희토류는 반도체·스마트폰 등 첨단 전자부품 같은 상업용으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데다 극초음속·레이저 무기나 F-35, 미사일, 핵잠수함 같은 차세대 전략무기의 핵심 소재이기도 하다. 현재 중국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무기화'가 가능한 품목으로 꼽힌다.

25일(현지시간) 포린폴리시와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 국방부와 민간 업계가 희토류 산업을 필수분야로 선정하고, 희토류 채굴부터 최종 제품 생산능력을 되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광산인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 외에 알래스카·텍사스·와이오밍에서 새로운 광산을 개발하고, 중희토·경희토 분리를 포함해 가공처리 공장을 짓는 데 펜타곤이 직접 국방물자 생산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지난주 국방물자 생산법에 따라 희토류 지출 상한선을 군수물자와 미사일엔 17억 5000만 달러, 정밀전자기기엔 3억 5000만 달러로 상향 조정하도록 의회에 입법 제안서도 제출했다. 차세대 극초음속(hypersonic) 무기 개발과 관련해선 희토류 지출 상한을 아예 없애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할 경우에 대비해 막대한 예산을 써서라도 전략물자로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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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텔스 전투기인 F-35B의 수직 이착륙 장면. F-35는 스텔스 기술에 사용되는 고성능 자석을 포함해 417㎏의 희토류 금속을 사용한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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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첨단무기 핵심 부품마다 희토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록히드마틴이 내년 시험을 목표로 개발 중인 전투기용 고출력 레이저 무기는 에르븀이나 네오디뮴 같은 희토류 금속이 주입된 유연한 광섬유를 소재로 한다.

백색 소음을 발생하는 스텔스 기술, 전자전 장비나 항공기용 발전기는 희토류 자석을 사용한다. F-35 스텔스 전투기가 920파운드(417㎏), 이지스급 구축함 5200파운드(2358㎏), 핵잠수함 9200파운드(4170㎏)의 희토류 부품을 각각 장착하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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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희토류 매장량과 생산량. 그래픽=김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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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미국은 2016~2017년 희토류 생산을 완전히 중단했다가 2018년 1만 8000톤, 지난해 2만 6000톤을 생산했다. 세계 생산량의 12.4%를 차지해 중국 13만 2000톤(63%)에 이어 세계 2위 생산국이다.

하지만 가공시설이 없어 원석을 중국에 수출하는 대신, 가공 후 화합물·금속·합금 형태로 수입한다. 중국(80%), 에스토니아(6%), 일본·말레이시아(각 3%) 순으로 수입해 중국에 절대 의존하는 셈이다. 30년 이상 중국의 세계 희토류 시장 독점이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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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희토류의 63%를 생산하는 중국 네이멍구 자치주 바이윈어보 희토류 광산.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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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지난달 22일 희토류 생산공정을 복원하기 위해 텍사스주와 마운틴 패스 광산에 중희토 분리 공장을 새로 건설하기로 하고 각각 호주 생산업체인 라이너스와 마운틴 패스 광산 운영사인 MP 머티리얼스를 사업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국방부가 직접 희토류 금속 가공생산공장 설립을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두 사업은 한 달 만에 보류됐다. 중국 등 외국계가 관련된 업체라는 이유에서다.

로이터통신은 사업자 선정 이후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포함해 6명의 상원의원이 MP 머티리얼스 지분 9.9%를 중국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아 "미국 기업의 희토류 프로젝트만 지원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국방부에 보냈다고 전했다.

라이너스 역시 자신들의 호주 광산에서 채굴한 희토류 광석을 들여와 미국 공장에서 가공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상원의원들이 서로 자기 주에 개발 중인 광산에 투자하라고 나서면서 주별 쟁탈전 양상도 벌어졌다.

하지만 포린폴리시는 "미국이 채굴에서 금속생산까지 전체 생산공정을 복원하는 데만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이 저가로 가격을 통제하는 희토류 시장에서 미국 민간기업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게 문제다.

제임스 케네디 희토류 컨설팅 대표는 "희토류는 국방물자이기 때문에 2차 대전 때처럼 국가자본주의적 해결책이 무엇보다 필요한 영역"이라고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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