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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

지자체 "부산신항 예타면제땐 일자리 쏟아져…위기극복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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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업 빠진 한국판뉴딜 ◆

매일경제

지난 21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더샵 송도센터니얼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가 드론과 3D 스캐너로 현장을 측량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포스코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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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양~적금 간 도로건설공사'는 전라남도 여수 지역 4개 섬(조발도·둔병도·낭도·적금도)을 화양대교 등 5개 해상교량으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고흥~여수 간 백리길과 섬과 섬을 잇는다는 의미로 '백리섬섬길'로도 불린다. 2011년 12월 착공한 이래 8년여 동안 총사업비 3907억원이 투입됐다.

당초 경제성(B/C)이 충분하지 않고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지부진하던 이 사업은 2008년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대상에 선정되며 급물살을 탔다. 올 초 이들 구간이 완공된 후 1시간30분가량 걸리던 여수~고흥 구간을 30분이면 오갈 수 있게 되자 물류비용 절감은 물론 관광객 급증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한국판 뉴딜정책을 내건 가운데 새로운 개발 거리를 찾기보다는 기존에 보류됐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로 국제 교류가 줄면서 국내 관광·물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수도권에 몰려 있는 각종 인프라스트럭처를 지방에 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고용 창출 효과는 덤이다.

이를 위해선 예타가 불필요한 사업을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지만 코로나19발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해 장래성 있는 사업은 한시적으로 예타를 면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0세기 미국 뉴딜정책과 같이 한국판 뉴딜도 '통 큰' SOC 사업 추진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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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초 예타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한 약 40조원 규모 지자체 건의 사업 16개 가운데 현재까지 예타를 통과한 사업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동부간선도로 확장 △신분당선 광교~수원 호매실 연장 등 불과 3개뿐이다. 3개 사업의 합산 액수는 약 8조3800억원이다. 결국 지자체가 원하는 토목 사업 중 32조원가량이 현재 예타라는 벽에 막혀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타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 사업, 정보화 사업, 국가연구개발 사업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비용분석 등을 통해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다.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국가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총 68조원에 달하는 지자체 건의 사업 중 약 24조원에 대해 한시적으로 예타를 면제해준 바 있다. 하지만 나머지 사업은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예타를 면제받지 못한 사업 가운데 대표적인 게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총 10조원 규모로 조성될 부산 제2신항이다. 싱가포르, 로테르담, 상하이 등이 앞다퉈 신항만 개발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부산항에 몰려 있는 화물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만일 부산 제2신항이 만들어지면 약 33조원의 생산과 21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부산 제2신항은 현재 예타를 진행 중이다. 경상북도가 원하는 7조원 규모 동해안고속도로(포항~영덕~울진~삼척 구간) 사업도 예타 면제를 바라는 대표적 사업이다. 경북도청 관계자는 "경북은 수도권에 비해 인구가 적다 보니 경제성이 안 나와 통과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낙후된 동해안 일대를 개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예타 면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지난해 초 기재부가 예타를 면제해준 지역들에서는 실제로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타 면제 사업인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는 올해 말 노선을 확정하고 2022년부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적정성 검토를 받아 사업비가 4조9000억원으로 늘었는데 모두 정부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김두문 경상남도 남부내륙고속철도추진단장은 "2014년부터 남부내륙철도를 꾸준히 건의했는데 경제성이 나오지 않아 번번이 좌절됐다"며 "하지만 지난해 예타 면제를 받아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경남연구원에 따르면 남부내륙철도는 총 7만6000여 명에 달하는 고용을 창출하고 생산 유발 효과만 10조원에 달한다. 관광객도 연간 700만명에서 1000만명으로 300만명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3조1000억원 규모 평택~오송 복복선화도 예타 면제라는 날개를 달고 순항하고 있다. 현재 기본계획을 수립 중인데 이르면 내년 말 착공하게 된다. 공사기간은 약 3년이며 수만 명이 고용될 전망이다. 철도시설공단은 지난해 예타 면제 철도건설 사업을 통해 총 13만7000여 명이 고용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지역의무 공동도급 비율을 올려 지역균형 발전 효과도 꾀할 수 있다. 현행 40%인 지역의무 공동도급 비율을 49%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재정사업을 원천 봉쇄하는 예타를 면제해주되, 면제를 통해 얻은 혜택을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재난선포지역인 대구·경북 지역에 이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특히 대구·경북 등 재난선포지역에 한해 우선적으로 SOC 투자 및 예타 면제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경북은 2017년 기준 지역 총생산 중 건설투자 비중이 17.7%로 매우 높게 나타나 예타 면제로 건설 사업이 시작되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려면 예타에 소요되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현준 기자 /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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