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수출과 내수 모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국내 경제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한은은 28일 경제전망보고서를 내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0.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2.1%의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세계경제뿐 아니라 내수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전망치를 낮춘 배경을 설명했다.
이한석 부총재보 역시 "지난 2월 전망했을 당시에 비해 코로나19의 전개 양상이 세계경제의 성장을 크게 위축시켰다"고 말했다.
한은이 국내총생산 통계를 작성한 1953년 이후 연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딱 두번이다. 오일쇼크가 덮친 1980년(-1.6%)과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에 그랬다. 이번 코로나19가 오일쇼크와 IMF 위기와 맞먹는 수준의 충격을 우리 경제에 주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부문별로는 민간소비(-1.4%)를 비롯해 건설투자(-2.2%)와 상품수출(-2.1%)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는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 2월 전망치(4.7%)와 비교하면 큰 폭 줄어든 수치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열어놨다. 2분기 중 확진자수가 정점을 찍고 각국의 봉쇄조치도 점진적으로 완화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0.2% 성장률을 내놨는데 코로나19 위기가 이어지면 이마저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구체적으로 확진자수가 정점을 찍는 시기가 3분기로 늦어지고 각국의 봉쇄조치 완화속도가 더디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8%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코로나19뿐 아니라 미중간 무역갈등과 같은 변수도 남아있다.
이번 전망치에는 지난해까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점이 구체적으로 고려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의 발원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날 중국의 홍콩 보안법 표결을 두고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 총재는 "현재 미국과 중국 간 무역이슈를 중심으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갈등이 구체화될지, 어떤 강도로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예상하기 매우 어렵다"며 "이번 전망에서는 이를 구체적으로 반영하지 못했으나 또 하나의 하방리스크로는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25%포인트 내린 0.50%에서 운용한다고 밝혔다. 역대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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