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만 10여명 면책 인정받아
2004년 시애틀에서는 경찰이 교통위반 고지서에 서명을 거부한 흑인 임신부를 차에서 끌고 나와 테이저건을 3회 쏜 사건으로 경찰관이 소송을 당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지난달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체포 과정에서 목을 무릎으로 짓눌러 사망하게 한 백인 경찰관이 3급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것이 이례적일 정도라는 게 외신들의 평가다.
미국 경찰관들이 이처럼 처벌을 잘 받지 않는 이면에는 헌법상 권리로 보장된 '공무원 면책권(qualified immunity)'이 있다고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이 지난 2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지난해에만 경찰 10명 이상이 면책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이 권리는 1967년 '피어슨 대(對) 레이' 사건에 대한 연방대법원 판례로 확립됐다. 1961년 흑인 한 명이 낀 목사 일행이 버스 정류장에 있던 백인 전용 대기실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피어슨 등 목사들이 경찰관 레이에게 체포됐는데, 피어슨이 헌법적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낸 사건이다. 당시 대법원은 "공무원이 '선의'로 인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면책권이 부여된다"고 판결했다.
이후 2015년 미 대법원은 공무원 면책권의 적용 요건에 대해 구체적인 해석도 내놓았다. "합리적인(reasonable) 사람이 알 만한, 명확히 수립된 법적·헌법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공무원이 직무상 행한 행동에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합리적인 사람이 알 만한'이라는 전제 대신 '명확히 수립된'이라는 개념만 강조됐고, 이는 경찰관이 과도한 면책권을 누리는 논리로 쓰였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무원 면책권을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일대 로스쿨 강사인 앤드루 핀커스 변호사는 "공무원 면책권 문제는 본질적으로 법원이 (판례로) 만든 원칙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법원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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