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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홍콩 보안법 통과

'홍콩 보안법' 반대한 단 1표 주인공은…의심받는 홍콩 4대 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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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안심사 반대 목소리 낸 톈베이천 관심

홍콩 강남 4대 부호 중 하나인 톈씨가문

찬성 녹색버튼 눌렀다고 진땀 해명

EU국가 중 ‘중국 제재’ 주장은 스웨덴뿐

누가 ‘홍콩판 국가보안법’에 반대표를 던졌나. 지난달 28일 ‘홍콩 보안법’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서 단 한장의 반란표가 나오자 도대체 반대표를 행사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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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 보안법’이 99%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신화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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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투표라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인터넷 공간에선 홍콩 출신의 전인대 대표, 그중에서도 전인대 소조(小組) 토론 때 ‘홍콩 보안법’의 문제점을 제기한 한 사람에 의혹이 집중되고 있다.

홍콩의 친중 정당인 신민당(新民黨) 상무부주석 톈베이천(田北辰)이 주인공이다. 올해 70세인 그는 ‘G2000’나 ‘U2’ 등의 브랜드로 유명한 홍콩 의류업계 기업인이다. 홍콩의 4대 강남(江南) 부호 가문인 둥(董), 탕(唐), 톈(田), 룽(榮)씨 중 톈씨 가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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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통과된 ‘홍콩 보안법’엔 단 한 장의 반대표가 던져졌다. 반란표를 던진 한 사람이 누구인가와 관련해 현재 중국 인터넷 공간에선 전인대 소조 회의 때 반대 의사를 밝힌 홍콩 출신 전인대 위원 톈베이천이 의심을 사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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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톈위안하오(田元灝)는 홍콩 방직업계의 거물이며 어머니 룽즈원(榮志文)은 룽씨 부호 출신이다. 그의 형 톈베이쥔(田北俊)은 현재 홍콩 입법회 의원으로, 그는 톈씨 가문 ‘둘째 아드님’이란 뜻의 ‘톈얼사오(田二少)’로 흔히 불린다.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에선 모두 9개의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첫 번째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보고한 ‘정부업무보고’에 대한 표결은 찬성 2882, 반대 3, 기권 1로 통과됐다. 투표한 전인대 위원은 모두 2886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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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의 ‘홍콩 보안법’ 표결 결과가 스크린에 보인다. 찬성 2878표, 반대 1표, 기권 6표, 그리고 맨 아래에 ‘한 사람은 표결기를 누르지 않았음’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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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보안법’은 세 번째 안건으로 상정됐는데 찬성 2878, 반대 1, 기권 6표가 나왔다. 이를 더하면 모두 2885명이다. 한 명은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전인대 위원의 책상 앞에는 찬성의 녹색, 반대의 적색, 기권의 황색 버튼이 있는데 아무 버튼도 누르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홍콩 보안법’에 찬성하지 않은 사람은 사실상 8명이 된다. 이와 관련해 홍콩 출신 전인대 대표 36명이 의심을 받고 있는데 특히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며 적색 버튼을 누른 사람이 누구인가에 관심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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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의 ‘홍콩 보안법’ 표결 때 찬성의 녹색 버튼을 누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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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중국 네티즌 사이에선 톈베이천 이름이 거론됐다. 그가 ‘홍콩 보안법’ 초안을 토의할 때 반대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톈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자신은 찬성의 녹색 버튼을 눌렀다고 말했다.

텐은 소조 회의에서 초안을 심사할 때 ‘국가 안전을 해치는 행위를 처벌한다’에서 ‘행위’를 ‘행위와 활동’으로 수정하는 안이 제기되자 이를 반대했다고 밝혔다. ‘행위’는 개인을 처벌하지만 ‘활동’은 무리를 처벌하는 것으로 처벌 대상이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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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한 케리 람 홍콩특구 장관(오른쪽)이 마카오특구 장관 허이청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홍콩 보안법’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은 사람은 반대 1, 기권 6, 버튼을 누르지 않은 한 명 등 모두 8명인데 36명의 홍콩 전인대 위원 중에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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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신은 처음엔 ‘홍콩 보안법’ 입법이 홍콩 스스로 이뤄지기를 바라는 입장이었지만, 나중엔 홍콩에서 보안법이 통과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 아래 이번 전인대 표결 때 찬성의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그의 해명에도 의심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편 ‘홍콩 보안법’ 통과 이후 미국과 영국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에선 “중국을 제재하자”는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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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홍콩판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던 사람이 홍콩 경찰에 의해 체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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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의 지난 31일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 국가 중 중국을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한 나라는 단 한 나라였다고 한다. 스웨덴만이 제재의 필요성을 언급했을 뿐 다른 나라는 모두 “중국과의 관계가 너무 중요하다”며 말을 돌렸다고 한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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