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선 홍콩 자본·인력유출 우려
현지 금융전문가 “여기는 차분”
홍콩 정부가 관리하는 외환펀드
유동성 위기 막을 수준 꾸준히 유지
“특별지위 박탈”에도 주가 급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1일 홍콩을 비롯해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반등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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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1일 홍콩 증시엔 훈풍이 불었다.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이날 항셍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36% 오른 2만3732.52에 마감했다. 지난주 미국이 홍콩에 대해 중국 본토와 달리 무관세 등 무역 혜택을 부여하는 특별 지위를 박탈할 가능성을 언급한 뒤 처음으로 열린 장에서 지수가 외려 상승한 것이다.
항셍지수 상승은 나흘 만이다. 미·중 신(新) 냉전의 첫 희생양으로 홍콩이 거론되고, 자본 및 기업의 엑소더스(exodus·대탈출) 우려가 커졌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다는 안도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미국의 외환거래업체인 오안다(Oanda)의 마켓 애널리스트인 제프리 핼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조처를 하지 않음으로 인해 오늘(1일) 오전 아시아 증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말했다.
홍콩 금융회사의 외화자산. 그래픽=신재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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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별 지위를 박탈하고 중국과의 무역 합의가 결렬되고, 중국은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응수하는 게 시장이 우려한 시나리오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력한 조치가 나올 것”(지난달 26일)이라고 언급하면서 우려가 커졌다. 미국은 그러나 1일 현재 “홍콩을 중국 본토와 다르게 대할 근거가 없다”(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난달 31일 폭스뉴스 인터뷰) 정도의 발언으로 수위를 조절 중이다. 날은 여전히 세우면서 군불 때기만 하는 수준에 그쳤다.
중앙일보가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통화 및 e메일로 인터뷰한 홍콩의 국제금융 뱅커와 미국 싱크탱크의 전문가 역시 “실상은 보기보다 차분하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양측 모두 사안의 민감성을 이유로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홍콩의 국제 금융 뱅커는 “비상계획 검토는 마쳤지만 자본 엑소더스 전망에 대해선 신중한 편이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미·중이 홍콩 대리전에서 극단의 선택을 하는 건 양국 모두에 비용만 많고 편익은 적은 카드”라며 “대신 긴장을 조금씩 높여가며 서로 분위기를 떠보고 흥행을 도모할 것으로 본다”라고 전했다.
홍콩 항셍지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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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보이는 차분함의 배경엔 외환보유액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홍콩 중앙은행격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이 관리하는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2월 기준 4조 홍콩달러(5160억 달러, 634조2000억원) 규모다. 그는 “홍콩 외환보유액이 탄탄하기에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도 덜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홍콩 때리기를 허장성세(虛張聲勢)로 해석하면 오산이라는 게 워싱턴 측의 전언이다. 워싱턴 유력 싱크탱크 소속 국제문제 전문가는 “홍콩은 중국과 대리전의 배틀그라운드”라며 “홍콩 경제의 위기는 중국 경제 추락으로 이어질 것을 미국 정부는 잘 알고 있으며, 급히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다”이라고 워싱턴의 속도 조절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요인들과도 가깝다.
그는 이어 “중국 공산당은 2008년께부터 홍콩의 중국화(Chinatizing)를 본격화했으며, 현재의 홍콩은 과거의 국제금융 허브로서의 가치를 잃었다는 게 워싱턴의 결론”이라며 “일부 강경파는 홍콩은 중국의 (돈) 세탁기에 그친다고까지 얘기한다”고 전했다. 이번에 행동을 취하진 않았을 뿐, 앞으로 유력 수단으로 홍콩을 흔들 수 있다는 의미다. 모건스탠리가 지난달 28일 내놓은 미·중 갈등 관련 보고서도 “중국 위안화의 역외 지급총액의 72%가 홍콩에서 이뤄진다”며 “홍콩은 중국 위안화의 본거지가 되고 있다”고 평했다.
국제경제학회장을 지낸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홍콩의 특별 지위를 박탈할 경우, 미국이 민감하다고 분류하는 정보통신(IT) 기술이 홍콩에서 거래되는 게 금지된다”며 “이 부분이 홍콩엔 실질적 타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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