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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재판 도중 "국회 기자회견 있어서 가겠다"는 피고인 최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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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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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자회견이 있어서, 오늘 정리된 부분을 다음에 해주시면 안 됩니까. 양해해주세요"

2일 오전 열린 최강욱(52) 열린민주당 대표의 2차 공판. 재판이 30분쯤 진행된 때 갑자기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최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 대표는 국회 사정이 있어서 그렇다며 재판 중 먼저 나가봐도 되는지 물어봤다. 피고인 없이 남은 재판 절차를 진행해도 되냐는 것이었다. 이날 공판은 지난 4월 처음 열린 1차 공판에 이어 검찰과 변호인이 증거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재판부가 채택한 증거에 대해 조사가 예정돼 있었다. 최 대표의 요청에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형사소송법상 피고인 없이 재판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최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강욱=제가 기자회견이 있어서, 오늘 정리된 부분을 다음에 해주시면 안되겠나. 어차피 지금 증거 제목 등은 확인됐다. 양해해달라.

재판장=글쎄요. 쌍방 확인 된 기일이고, 앞서 28일 피고인이 안된다고 해서 오늘로 정했습니다.

최강욱=국회 일정이 있습니다.

재판장=이 사건 때문에 다 비웠습니다.

최강욱=제가 당 대표라서 공식 행사에 빠질 수가 없어 죄송합니다.

변호인=허가해주신다면 피고인 없이 진행해도 될까요.

재판장=형사소송법상 위법하다. 허용안된다.

변호인=양해해달라.

재판장=어떠한 피고인도 객관적 사유가 없으면 변경해주지 않습니다.

변호인=다른 사건 다 양해해주시면서 이 사건을 변경안해주시는 건 이해가 안됩니다.

재판장=어떤 피고인이 요청해도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진행하겠습니다. 가급적 신속하게 해주세요.

최 대표가 언급한 '당 대표여서 빠질 수 없는 일정'은 이날 11시로 예정된 열린민주당 신임 지도부 기자 간담회로 보인다. 앞서 변호인은 재판을 시작할 때도 "오늘 사실은 다른 일정으로, 일정을 변경하긴 했는데 11시 10분에 시작해야 하니 서면조사를 다음에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에 기일변경신청서를 내기도 했다.

이날 공판은 최 대표가 '의원' 신분으로는 처음 법정에 나선 날이다. 지난 공판은 4·15총선 일주일 뒤 열리긴 했지만, 그때는 당선인 신분이었다. 앞서 최 대표는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소속 상임위원회로 법제사법위원회를 지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KBS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이에 대한 입장을 말하기도 했다. 당시 진행자가 "재판 중인데 법사위를 희망한 것이 부적절하지 않냐"고 묻자 최 대표는 "과거 재판받던 사람이 다 법사위원장도 했고요"라고 문제없다고 답했다.

"먼저 나가봐도 되냐"는 최 대표의 요청에 법조인들은 대체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현직 판사는 "이런 피고인은 처음 본다"며 "최강욱의 태도는 정말 이해할 수 없고, 일반 국민은 상상할 수 없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른 현직 검사 역시 "한탄스럽다"며 "법원을 어떻게 보는 것인지 답답한 마음이 든다"고 비판했다.



최강욱, "정당 입장 밝히는 게 개인적 재판보다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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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한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2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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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이날 11시 20분쯤 재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가면서 공판 일정 변경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취재진이 "오전 10시가 재판 일정인데, 11시에 기자회견 일정이 있는 이유는 뭔가"라고 물었다. 최 대표는 "월요일은 최고회의였고, 화요일에 (기자회견을) 하는 게 제일 빠른 거였다"고 답했다. 취재진이 "기일은 한 달 전 잡힌 것이었는데, 이날 기자회견을 여는 것이 부적절하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최 대표는 "재판 기일 절차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하면 변경하겠다는 말을 지난 기일에 재판장이 하셨고, 국회가 개원된 후에 국민에게 입장을 말씀드리는 게 더 빠른 순서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기자회견으로 정당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개인적인 재판보다 우선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이다.

최 대표는 "법사위 지원과 재판이 진행 중인 것이 전혀 무관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몇 차례 대답하지 않다 질문이 이어지자 입을 열었다. 최 대표는 "여러분은 굉장히 의도를 갖고 질문을 한다"면서 "재판을 미루려는 것 아니냐,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법사위에 지원한 거 아니냐고 묻는데 굉장히 부적절한 질문이고 부적절한 해석이다"라고 답했다. 최 대표는 "재판은 재판으로 충분히 진실 밝힐 것이고 당 대표자와 국회의원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답했다.

이수정·박태인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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