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단체, 조형물 철거·복원 여부 검토
12·12 40주년때 시민들이 파손한 동상
4월27일 광주재판서도 '매질' 퍼포먼스
'시민들 뭇매' 전두환 동상 또 파손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에 출석한 지난 4월 27일 광주지법 앞에서 오월 어머니회 회원이 동상을 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시민들의 매질로 파손된 전두환 동상. 프리랜서 장정필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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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89)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을 촉구하기 위해 만든 ‘전두환 동상’ 처리를 놓고 5·18 단체와 광주시가 고민에 빠졌다. “심하게 파손된 조형물이 도심 미관을 해친다”며 동상을 치워달라는 민원이 제기돼서다.
5·18기념재단은 6일 “현재 옛 전남도청 앞에 설치된 전두환 동상의 철거 및 복원 여부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단죄를 촉구하기 위해 만든 동상이 시민들에게 뭇매를 맞아 심하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당초 이 동상은 지난해 12월 12일 12·12 군사반란 40주년을 맞아 서울 광화문 광장에 첫 설치 됐다가 시민들에 의해 파손됐다.
이후 5·18단체들은 지난 4월 27일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앞두고 파손된 동상을 수리해 광주로 가져왔다.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27일 광주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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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회동·호화 오찬에 대한 구속 촉구"
그는 지난해 3월 11일 광주에서 열린 첫 재판만 출석한 뒤 알츠하이머와 고령 등을 이유로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가 재판부 교체로 이날 법정에 두 번째로 출석했다. 5·18단체는 이날 “알츠하이머를 핑계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채 골프회동, 호화 오찬을 즐기면서 반성을 하지 않는 전두환을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조 신부는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했다가 기소됐다. 그는 “(5·18 당시인) 1980년 5월 광주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생전에 증언한 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에 비유하기도 했다
당시 5·18단체는 광주지법에 도착한 전 전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뜻으로 동상을 때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전두환 동상은 이날 공판이 끝난 후 80년 5·18의 현장인 옛 전남도청 앞으로 옮겨지면서 본래의 형상을 잃었다. 옛 전남도청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의 매질이 계속되면서 조형물이 파손된 것이다.
한 시민이 지난 4일 오후 옛 전남도청 앞에 설치됐다가 파손된 '전두환 동상'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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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승줄 묶인 동상…얼굴·상반신 쪼개져
전두환 동상은 전 전 대통령이 죄수복을 입은 채 포승줄에 묶여 무릎을 꿇은 형상으로 제작됐다. 현재 이 동상은 얼굴 절반가량이 떨어져 나가고 상반신이 앞뒤로 쪼개진 채 방치된 상태다. 5·18단체와 광주시는 “동상을 치워달라”는 일부 시민의 민원에 따라 동상을 철거할지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상당수 시민들 사이에선 “성난 민심이 반영된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두자”는 의견이 많다. “시민들의 분노로 깨진 동상 자체가 5·18 학살 책임자에 대한 단죄”라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작가에게 수리를 의뢰한 뒤 다시 지금의 자리에 설치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파손된 동상 자체가 시민들의 분노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존치론이나 복원론 모두 의미가 있다”며 “다만 공동체적 민심이 반영된 조형물이 혐오감을 줘서는 안 되는 만큼 철거 여부까지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진창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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