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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바이든 압승? 미국 대선 여론조사 어디까지 믿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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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여론에선 트럼프 열세…CNN "14%p까지 격차 확대"

실제 승패 두곤 신중…선거인단제·침묵집단·언론 등 복합변수

연합뉴스

미국 대선에서 맞붙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PG)[김민아,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를 5개월 앞두고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지지율에서 크게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오는 11월 대선에서 바이든의 압승을 기대해도 된다는 뜻일까.

◇ 현지 언론도 바이든 대선 승리 장담 못 해…예측 거부 변수 많아

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이 이달 2∼5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55% 지지를 받아 41%에 그친 공화당 후보 트럼프 대통령을 14% 포인트 차로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실시해 발표한 최근 조사에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은 49%로 트럼프(42%) 대통령을 리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뿐만 아니라 공영라디오 NPR과 PBS의 이달 1∼2일 조사, 로이터 통신과 입소스의 이달 1∼2일 조사, 몬머스대학의 지난달 28일∼이달 1일 조사, CBS와 유고브의 지난달 29일∼이달 1일 조사 등에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의 우세가 비슷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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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들은 이 같은 여론을 토대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우세를 점치고는 있으나 대선 승리를 장담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않고 있다.

전국 여론조사의 격차가 전체 유권자의 선호도 차로 해석될 수 있기는 하지만 예측을 거부하는 변수가 다수 도사리기 때문이다.

◇ 힐러리 발목 잡은 선거인단 승자독식·예측 불가능 스윙스테이트

미국 대선은 유권자 투표를 그대로 반영하는 직접투표가 아니라 유권자들이 뽑는 선거인단의 수로 승부를 내는 간접투표의 성격이 있다.

전체 대선 선거인단은 538명이며 각 주에는 해당 주를 지역구로 삼는 연방 상·하원 의원의 수와 같은 규모의 선거인단이 배정된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주를 대표하는 선거인단을 어느 후보에게 나눠줄지를 결정하기 위해 후보를 선택하는 다수결투표에 참여한다.

결국 이 투표를 통해 전체 선거인단의 과반인 270명 이상을 데려가는 대선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하게 된다.

중대한 변수는 대선후보가 확보하는 선거인단의 수가 지지를 보내는 유권자들의 수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메인과 네브래스카를 제외한 주들은 유권자 투표에서 1표라도 이긴 후보에게 선거인단을 모두 내주는 '승자독식제'를 운용하고 있다.

그 때문에 전국 유권자들로부터 더 많은 표를 얻더라도 대선에서 패배하는 불상사의 가능성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전체 득표수에서 이기고 선거인단 획득에서 진 사례가 1824년, 1876년, 1888년, 2000년, 2016년 등 5차례나 불거졌다.

힐러리 클린턴(민주당) 전 국무장관도 2016년 287만명 정도 많은 지지를 얻었으나 선거인단이 77명이 적어 대권을 놓친 바 있다.

민주, 공화당의 우열이 확연하지 않고 그때그때 바뀌는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때문에 전국단위 여론조사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더 조심스럽다.

지난 대선에서 최대 접전이 펼쳐진 뉴햄프셔 주의 사례를 보면 전체 유권자 1억3천900만명 가운데 0.00002%도 안되는 2천736표 차 때문에 선거인단 4명의 주인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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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린 토론회 때까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도널드 트럼프에게 전국 지지율에서 2% 앞서고 있었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투표는 꼭 하는 '샤이 트럼프'·주류 언론의 '반 트럼프' 기류

미국 주요 언론들은 지난 대선에서 클린턴이 2% 정도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앞선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여기다가 이변 앞에 일제히 망신을 당했다.

이번에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전국 단위 지지율의 격차가 더 크다는 점을 들어 지난 대선과 같은 혼란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다른 한편에서는 주 단위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경합주의 동태를 예측한 뒤 이를 선거인단 배분으로 환산하는 방식의 더 구체적인 예측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애리조나, 오하이오, 위스콘신, 텍사스 등 경합 주들의 여론조사 결과로 선거인단 배정을 예측한 결과 모든 시나리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나타났다고 지난 5일 보도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샤이 트럼프'(Shy Trump)를 비롯해 공개적으로 지지후보를 밝히지 않으나 한 표를 반드시 행사하는 집단의 존재 여부, 언론들의 자의적인 설문조사 설계나 해석도 여론조사와 다른 대선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주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득권 언론과의 불화를 되풀이하고 있으며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매체들은 대선을 앞두고 연일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CNN 여론조사는 그들의 보도만큼 가짜"라며 지난 대선 때 미국 언론들이 결과를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론조사가 전체적 흐름을 나타내기는 하지만 대선 직전까지 요동치는 변화를 섬세하게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점도 경계할 부분이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는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사용과 관련한 범죄 정황을 재수사한다고 발표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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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보건위기와 경기침체, 백인경찰의 비무장 흑인 살해사건에 따른 대규모 전국 시위에도 지지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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