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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대북전단 위법” 근거된 판문점 선언, 국내법 효력 없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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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비준 안 받은 정치적 합의

정부 “남북교류법 반출규정 위반”

전단·쌀 보내기가 반출인지 의문

적법하게 설립된 탈북자단체도

“통일정책에 반한다”며 인가 취소

중앙일보

지난 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북 전단을 들어 보이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왼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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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10일 대북 전단을 살포한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에 대해 설립 취소와 더불어 경찰 수사 의뢰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법적 근거가 타당한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통일부는 이날 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유권해석을 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행법상 반출 규정을 보면 ‘남북 간 물품의 이동을 말한다’고 돼 있다”며 “전단 살포나 페트병을 통한 물품 살포 등은 반출 조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법 2조는 ‘반입·반출’을 ‘매매·교환·임대차·사용대차·증여·사용 등을 목적으로 하는 남한과 북한 간의 물품 등의 이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단 살포는 보내는 사람만 있고 수신인은 없어 거래를 의미하는 매매·교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같은 법 제13조(반출·반입 규정)도 “물품 등을 반출하거나 반입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물품의 품목, 거래 형태 및 대금 결제 방법 등에 관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풍선은 풍향과 풍속을 이용해 날리는 것인데, 바람이나 강물 등 자연을 이용해 흘려보내는 방식까지 반출에 해당된다고 본다면 지나치게 법조문을 확대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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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인천시 강화군 석모리 해안가 진입로에서 쌀을 담은 페트병을 공개하는 박정오 큰샘 회장. 박 회장 등은 페트병을 바다에 띄워 북한에 보내려 했으나 주민의 반발로 실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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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단순히 전단 정도에서 최근에는 쌀, 이동식저장장치(USB), 달러, 라디오까지 전단을 넘어서 날아가는 기술도 다양해졌다”며 “열풍선과 드론 얘기도 나오기 때문에 바뀐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내부적으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특히 그간 정부가 막지 않았던 탈북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갑자기 위법으로 판단하게 된 가장 중요한 배경에 대해 “사정 변경이 있었다”며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을 근거로 들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두 분 정상이 어렵게 합의한 사항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설명도 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합의에서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한다’고 한 것을 의미한다. 전단 살포를 위한 ‘수단을 철폐’한다는 부분이 이번 조치의 근거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정치적 합의인 판문점 합의가 국내 법규처럼 국민에게도 준수해야 할 의무를 부여하는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 헌법상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는 건 국회의 비준·동의를 요하는 조약이 해당된다. 남북 간 정치적 합의에 대해선 지금까지 법원도 조약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유지해 왔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일종의 공동성명 또는 신사협정에 준하는 성격을 가지는 것에 불과하고, 법률이 아님은 물론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조약이나 이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통일부는 단체 설립 취소와 수사 의뢰의 근거로 2016년 대법원 판례도 들었는데 “접경 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10일 통일부가 밝힌 설립 취소의 근거는 “정부의 통일정책에 반한다”는 것으로,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 단체를 해산시키겠다는 선언으로 볼 여지가 있다.

특히 이번 조치가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 전단 살포와 탈북자들을 비판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대북 저자세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훈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법규에 의해 적법하게 설립된 단체를 취소한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단체들과 논의해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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