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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국 흑인 사망

국왕·장군도 밧줄 묶여 짓밟혔다···인종차별 인물 ‘동상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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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대학 속속 철거 움직임

英, 노예상인 밀리건 동상 철거

美 남부연합 관련 동상 철거 지속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동상 철거 도미노’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있는 인물들의 동상이 시위대에 의해 끌어내려 지거나 자진 철거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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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도클랜드 박물관에서 지난 9일 노예 무역상인 로버트 밀리건의 동상이 철거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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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건 영국이다. 9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런던 도클랜드 박물관은 건물 밖에 설치돼 있던 18세기 노예무역상인 로버트 밀리건의 동상을 이날 철거했다. 도클랜드 박물관은 “우리는 밀리건이 저지른 범죄의 잔재와 여전히 힘겹게 싸우고 있는 이들의 고통을 외면해왔다”며 반성의 메시지도 냈다.

밀리건은 자메이카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500여 명의 노예를 부린 상인으로 악명이 높았다고 알려졌다. 밀리건의 동상이 크레인에 의해 끌어내려지는 순간 지켜보는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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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대가 철거를 검토 중인 제국주의 정치인 세실 로즈의 동상.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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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대는 19세기 영국 남아프리카 케이프 식민지의 총리를 지낸 세실 로즈의 조각상 철거를 논의하고 있다. 로즈는 옥스퍼드대에 막대한 돈을 기부했고, 조각상은 이를 기념해 세워졌다. 그의 조각상을 철거하자는 요구는 수년 전부터 계속됐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철거 요구가 거세지자 일단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영국 내 동상 철거 움직임의 발단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지난 7일 17세기 노예 상인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을 끌어내린 일이었다. 시위대는 콜스턴의 동상에 밧줄을 걸어 끌어내린 후 짓밟고, 강에 던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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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영국 시위대가 노예상인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을 강으로 내던지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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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계 이민자 출신인 사디크 칸 런던 시장도 동상 철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논란이 되는 동상들엔 철거를 권고하고, 새로 설치되는 동상들엔 인종‧성별 다양성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맨체스터 시의회는 시내 모든 동상 주인공의 전력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서도 18세기 정치인 헨리 던다스 기념비에 그의 노예무역 행적을 기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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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시가 철거를 결정한 로버트 리 장군 동상. 하지만 부지 소유자의 반대로 일단 보류됐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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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남부연합과 관련 인물들의 동상이 ‘퇴출 대상 1호’로 꼽히고 있다. 남부연합은 1861년 노예제를 고수하는 미국 남부지역 11개 주가 결성한 국가다.

최근 플로리다주 잭슨빌시에선 허밍 공원에 있던 남부연합 군인 동상이 철거됐다. 9일 CNN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시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을 이끈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동상이 세워진 땅 주인의 요구로 법원이 10일간의 철거 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일단 보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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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된 레오폴 2세 국왕의 동상.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에 의해 훼손된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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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흑인 정치인단(블랙코커스)은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있는 남부연합 관련 동상을 철거하는 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 국회의사당에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의 대통령이던 제퍼슨 데이비스 등 관련 인물 3명의 동상이 설치돼 있다.

벨기에에선 아프리카 콩고자유국(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식민 통치를 했던 국왕 레오폴 2세(1835∼1909)의 동상이 철거됐다. 그가 원주민을 노예화하면서 1000만 명이 넘는 콩고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알려졌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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