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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SK텔레콤, 양자난수생성 칩셋 상용화…스마트폰·IoT·자율주행차도 ‘철통보안’(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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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A퀀텀' 세계 최초 모바일용 QRNG 칩셋 상용화 100만번의 테스트…오픈 API·양자보안 적용 산업 넓혀

아주경제

양자난수생성(QRNG) 칩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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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양자보안 1위 기업 IDQ에 양자난수를 만드는 원천 기술이 있는데 이를 반도체 칩셋 형태로 상용화하고 싶습니다. 칩셋을 함께 개발해 주시겠습니까?”

4년 전 SK텔레콤이 반도체 설계업체 비트리(Btree)를 찾아 이같이 제안했다. 지난달 출시된 세계 최초 양자보안 5G 스마트폰인 '갤럭시A퀀텀'의 개발은 이렇게 시작됐다.

2014년 설립된 비트리는 이미지센서와 같은 반도체 칩셋을 정밀 설계하고, 이 솔루션을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에 공급하는 팹리스(Fabless) 기업이다. SK텔레콤은 세상에 없던 양자난수생성(QRNG) 칩셋을 상용화하기 위해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이 꼭 필요했다.

김희걸 비트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1일 분당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제조자개발생산방식(ODM)의 칩셋 제조 사업을 확대하길 바랐는데, SK텔레콤의 제안이 상당히 끌렸다"고 말했다.

◆100만번의 테스트, 갤럭시A퀀텀 탄생

'갤럭시A퀀텀'은 양자보안 기술이 실생활에 접목된 첫 사례다.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 기술은 모바일용 QRNG 칩셋(가로·세로·높이 2.5x2.5x0.8㎜)으로 구현됐다.

'세계 최초 모바일용 칩셋 상용화'라는 미션이 떨어진 건 2018년 초였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 경영진이 세계 최대기술전시회 CES에서 QRNG 칩셋을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데 뜻을 모으면서다.

당시 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용 QRNG 칩셋(5.0x5.0x1.1㎜)을 막 상용화한 비트리는 더 작은 크기의 모바일용 칩셋을 개발해야 했다. 특히 스마트폰 내 탑재를 위해 칩셋 크기를 매번 1㎜ 단위로 줄일 때마다 다른 부품의 설계도 모두 변경하고 새로 만들어야 했다. 설계도를 다시 전달하고, 또 다른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지난해 완전한 무작위성을 가진 순수 난수를 생성하기 위해 진행한 100만번의 테스트도 만만치 않았다. 발광다이오드(LED) 광원부의 빛 방출 세기와 CMOS 이미지센서의 픽셀 각도를 100만번 조절하는 작업은 6개월간 진행됐다. 이는 분무기로 A4 용지에 물을 뿌릴 때 물방울이 전면 곳곳에 골고루 뿌려지도록 환경을 설정하는 것과 같다.

결국 비트리는 약 2년 만에 모바일용 QRNG 칩셋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삼성전자의 품질기준을 통과해 올해 4월 양산 절차에 돌입했다.

◆"글로벌 스마트폰·IoT·자율주행 시장 정조준"

QRNG 칩셋은 2016년 USB 형태의 시제품에서 현재의 초소형 칩셋으로 진화했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크기다. LED 광원부가 빛(양자)을 방출하고, 이 빛을 CMOS 이미지 센서가 감지해 디지털 신호로 변환, 난수를 생성한다. 고온·저온, 다습, 정전기 등 극한 상황에서도 문제 없다.

칩셋 내부에는 물리적인 해킹을 방지하기 위한 △구동 클럭(속도) 조절 기능 △부품별로 다른 전압을 공급하는 멀티 전원 △전원 감지 및 자동 초기화 기능 △칩셋 내부 데이터 접근 차단 기능 등이 포함됐다.

SK텔레콤은 5G 초연결 시대를 맞아 양자보안 기술 관련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미 글로벌 스마트폰·IoT·자율주행 기업에 QRNG 칩셋을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양자보안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폰 라인업을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오픈 API를 공유해 스마트폰에서 이용 가능한 양자보안 기반 서비스도 확대한다. 또 차세대 보안 기능에 대한 수요가 높은 자동차 전장, 클라우드 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반도체에도 QRNG 칩셋을 탑재해 성능을 고도화한다.

엄상윤 IDQ 한국지사장은 "국내외 여러 모바일 기업과 QRNG 칩셋 공급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며 "이 밖에 은행 거래, 자동차,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되는 원격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를 보호하고 활용하는 데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junews.com

노경조 felizkj@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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