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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G7 정상회담

“(한국 참여 G11) 반중 블록 형성땐, 중국도 대응 나설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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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전문가 인터뷰②]

양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소(CIIS) 선임연구원

“선진 경제로 도약하는 게 중국의 목표”

“중국, 1단계 무역합의 일방 파기 않을 것”

“중국-대만 ‘미완의 내전’ 변경 가하면 내전”


한겨레

양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소(CIIS) 선임연구원.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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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패권을 추구할 뜻이 없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통해 선진 경제로 도약하는 게 중국의 목표다. 경제 발전이 최우선 과제이며, 이를 위해선 평화적인 대외환경이 조성되는 게 중국한테도 중요하다.”

양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소(CIIS) 선임연구원은 10일 오후 베이징 시내 동먼 부근 한 찻집에서 <한겨레>와 만나 격화하는 미-중 갈등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미-중 갈등은 이념적 요소가 결합된 전략적 충돌이 본질”이라며 “중국은 싸움을 원치 않지만, 주권이 침해되는 상황이 온다면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국은 주요 7개국(G7)이 11개국으로 확대돼 다자주의 틀이 확대되는 걸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만약 냉전시절처럼 상대방을 봉쇄하기 위한 블록을 구성한다면, 중국도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양 연구원은 주미 중국 대사관과 주유엔 중국 대표부 근무를 거친 ‘미국통’ 외교관 출신이다. 그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과 9·19 공동성명(2005년) 초안 작성에도 관여한 한반도 전문가이기도 하다. 중국국제문제연구소는 1956년 중국 외교부 산하에 설립된 정책 연구기관으로 우리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격이다.

-미-중 관계는 역대 최악인가?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2018년에도 중-미 관계가 수교 이래 최악이란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지금이 더 나빠진 건 분명하다. 현재 양국 관계는 개별적인 사안 수준에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전체적으로 양국 지도자가 책임지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국은 싸움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호혜평등의 원칙을 저버리고, 주권이 침해되는 상황이 온다면 어느 국가라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미-중이 신냉전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양국의 전략적 경쟁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다만 반목과 충돌을 하는 게 문제다. 이념적 요소가 결합된 전략적 충돌이 중-미 갈등의 본질이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념적 요소가 개입하면, 과거 냉전과는 정치경제적 지형이 다른 ‘냉전 2.0’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을 언급할 때 ‘중국 공산당’이란 표현을 쓴다. 내 기억으로 미국 외교의 수장이 중국이란 국가와 공산당이란 집권당을 분리시켜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는 해답을 찾으려는 게 아니라 갈등을 부추기려는 자세다. 대화의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으니, 싸움을 원하는 것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국 외교가 ‘공세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덩샤오핑 시대부터 ‘화평발전’이란 중국 외교정책의 지도이념은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중국은 패권을 추구할 뜻이 없다. 중국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중진국의 함정’(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으로 중진국에 진입하면서 장기간 성장이 둔화하는 현상)과 ‘투키디데스의 함정’(신흥 강국이 부상하면서 기존 패권국가와 충돌하는 상황)에 빠지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통해 중진국에서 선진경제로 도약하는 게 중국의 목표다. 경제발전이 최우선이고, 이를 위해선 평화적인 대외환경이 조성되는 게 중국한테도 중요하다.”

-갈등이 증폭되면서 1단계 무역합의 파기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단기적으로 1단계 무역합의는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미국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올해 선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도 1단계 무역합의를 지키는 게 유리할 것이다. 장기적으론 불확실성이 크다. 중국은 수많은 양보를 통해 이뤄낸 1단계 무역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다방면에 걸쳐 제재를 하더라도 중국은 무역합의를 보복장치로 활용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목표는 미국과 포괄적 무역협상을 이뤄내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경우에 따라 일방적으로 합의를 폐기할 가능성이 있다.”

-화웨이가 미-중 갈등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화웨이 문제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 미국 기술을 사용해 제작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수출하는 걸 금지하는 건 이른바 ‘제3자 제재’(세컨더리 보이콧)에 해당한다. 이게 국제표준이 된다면, 중국의 기술을 사용한 제품의 미국 수출도 금지할 수 있다. 결과는 어떻게 되겠다? 지구촌 차원에서 산업 공급망(서플라이 체인)이 붕괴될 것이다. 중-미 탈동조화(디커플링)는 비단 양국 간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촌 차원의 문제화다. 결국 신냉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중-미가 싸우면 양국은 물론 세계에도 상처를 주게 된다.”

-미-중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미국이 갈등을 유발시키려 하고 있지만, 양국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특히 남중국해에선 남-북한 간 우발적 무력충돌처럼 극히 제한적 형태의 충돌은 몰라도 양국 간 정면 충돌 가능성은 없다. 양국 모두 그럴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만 문제는 다르다.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주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양안관계(중국-대만 관계)의 핵심은 ‘아직 내전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란 점이다. 1950년 6월25일 한국전쟁 발발 직후 해리 트루먼 당시 행정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미 해군 제7함대를 대만해협으로 파견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도미노 현상’을 우려한 것이다. 당시 중국의 공군력과 해군력이 충분히 강했다면, 미국과 싸워서라도 내전을 끝냈을 것이다. 미완의 내전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현상에 변경을 가하려 한다면 중단됐던 내전을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

-홍콩 보안법 입법을 두고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도 있다.

“보안법은 홍콩 자치와 관계없다. 1997년 이전 홍콩의 자치는 영국의 손에 달려 있었고, 이후엔 중국으로 이관됐다. 홍콩에 부여된 고도 자치의 범위는 ‘하나의 국가’란 경계를 벗어나선 안된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일부 세력은 중국의 주권을 벗어나는 ‘자치’를 요구한다. 주권에 대한 도전은 받아들일 수 없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면 달라질까?

“양국 관계는 당파적 차원이 아닌 국익 차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민주당과 공화당 어느 곳이 집권하든 본질은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은 계속될 것이다. 이는 장기간에 걸쳐 굳어진 미국의 ‘습관’ 같은 것이다. 중-미 갈등의 영역은 크게 세갈래다. 경제·무역 분야, 정치·안보 분야, 그리고 이념이다. 공화당 쪽은 주로 전자 2가지에 중점을 두는 반면, 민주당 쪽은 이념적인 문제에 방점을 찍는다. 중국은 둘 중 어느 진영이 집권을 하든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

-한국은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중이 갈등을 하더라도 공정하게 싸우기를 바란다. 제3국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건 공정한 태도가 아니다. 중국은 주요 7개국(G7)이 11개국으로 확대되는 걸 반대하지 않는다. 다자주의 틀이 확대되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반중 전선’ 구축을 위한 행보라면 공정하지 않다. 만약 냉전시절처럼 상대방을 봉쇄하기 위한 블록을 구성한다면, 중국도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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