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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경비원 갑질' 주민 혐의 부인에도… 檢, 상해·협박 등 사실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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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에 폭행 당했다" 허위고소로 무고 혐의까지 추가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폭행, 폭언 등 주민 갑질을 호소하며 사망한 사건과 관련, 가해 주민으로 지목된 음반기획자 심모(48)씨가 12일 구속 기소됐다. 심씨는 그동안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해왔으나 검찰은 경비원이 호소한 상해, 협박 등 7개 혐의를 사실로 판단했다. 특히 심씨가 되레 “ 경비원으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등 폭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거짓말을 하면서 허위고소를 진행한 것으로 조사돼 무고 혐의가 추가됐다.

세계일보

서울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에 대한 ‘갑질’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든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심모씨가 지난달 2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경찰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북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부장검사 정종화)는 이날 서울 강북구 소재 A아파트 경비원 최모씨를 입주민 심씨에게 상해, 특정범죄가중처벌(특가법)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감금, 상해, 보복폭행), 강요미수, 협박, 무고 등 7개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가법은 고소, 고발 등에 대한 보복의 목적으로 폭행을 한 자에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심씨는 지난 4월 21일 아파트 경비원 최모씨가 3중 주차돼 있던 자신의 승용차를 손으로 밀어 이동시켰다는 이유로 얼굴에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혔다. 최씨가 이를 경찰에 신고하자 같은달 27일 심씨는 최씨를 경비원 화장실로 끌고 가 12분간 감금하고 폭행해 3주간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가했다. 심씨는 이날 “사표를 쓰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괴롭힌다”는 취지로 최씨를 협박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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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다 주민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최희석씨의 유족이 지난달 14일 경비실 앞에서 노제를 지내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심씨가 같은달 23일 관리소장 등에게 “경비원으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등 폭행을 당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최씨를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허위고소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최씨가 심씨를 경찰에 고소하자 지난달 3일 이를 보복할 목적으로 최씨를 다시 폭행했고 다음날에는 “나도 폭행 진단서를 발급받았으니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최씨에게 전송해 협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런 최씨의 협박이 허위고소에 해당한다며 심씨에게 무고죄를 적용했다.

최씨는 주민과 가족 등에게 심씨의 상습적인 폭행, 폭언 등을 토로하다 지난달 10일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당시 상황들의 증언이 담긴 음성 파일 세 개를 남겼다. 그는 음성 파일에서 “밥도 못 먹었다. 저녁밥 좀 하려고 하면 그 시간에 (심씨가)나타나 괴롭혔다”고 울분을 토했다. 심씨는 경찰 조사에서 최씨의 코뼈 골절 등에 대해 “자해에 의한 것”이라며 폐쇄회로(CC)TV에 찍히지 않은 경비실 안에서의 폭행 등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으나 검찰은 최씨가 유서에 남긴 내용들이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심씨 뿐만 아니라 다수의 참고인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한 뒤, 구속 송치 사건과 별개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이 허위임을 밝혀냈다”며 “무고죄를 추가로 인지해 병합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북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피해자 유족에게 긴급 생계비 지원 등 경제적 지원을 실시했다. 다양한 형태의 갑질 범행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통해 고질적인 갑질 문제 근절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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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A아파트 주민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고 올린 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 사건은 지난달 11일 A아파트 주민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청원은 빠른 속도로 정부 답변 기준인 20만명 참여를 돌파했으며, 지난 10일 44만6434명의 동의를 받고 마감됐다. 최씨 유가족은 A씨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고인의 발인까지 미뤘지만 끝내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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