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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4개월째 임금체불’ 이스타항공 노동자들 “우울증에 자살충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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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가 15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불임금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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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조종사 ㄱ씨는 지난 4월부터 3개월째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처음엔 주 6일 일했지만 처음 해보는 일에 몸이 버티지 못해 지금은 주 5일만 나가고 있다.

조종사인 그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이유는 이스타항공이 지난 3월 중순부터 모든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1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인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을 위해 정부가 휴업·휴직급여의 최대 90%를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도 신청하지 않은 채 직원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25~36%의 임금을 삭감하겠다고 먼저 제안했는데도 돌아온 것은 570여명에 대한 인력 감축이었다.

ㄱ씨는 풀타임으로 일한 올해 2월 회사로부터 원래 받던 급여의 40%를 받은 뒤 3월부터는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다른 항공사에 다니는 ㄱ씨의 아내도 무급휴직 상태라 적금을 깨고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당장의 소득 감소보다 ㄱ씨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는 “인수든 파산이든 차라리 회사 향방이 결정되면 정식으로 다른 일을 알아보든 하겠지만 회사 소속인 채로 아무 기약없는 상태가 지속되다보니 숨막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항공업계 전반이 어려워 조종사로 이직도 어렵다. 모든 직원들이 체념한 채 각자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가 이 회사 전 직군 2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명 중 3명 이상이 올해 3월 이후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출(31.4%), 가족과 친척들의 도움(18.2%) 등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응답자들은 극심한 생할고로 인해 대부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가정불화와 우울증·불면증을 겪고 있었다. 자살충동을 느낀다고 답한 경우도 있었다.

노조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임금체불 해결책 마련을 위해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제주항공 경영진과 실질적 오너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 측이 250억원에 달하는 체불 임금 해결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매각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며 “고의적 임금체불 책임자를 구속 처벌하라”고 했다. 노조는 이번주를 ‘이스타항공 노동자 총력 결의주간’으로 정하고 행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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