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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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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억 들인 남북연락사무소…北 '일방 폭파' 책임 물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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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북한이 16일 오후 2시49분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개성공단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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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6일 폭파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건물이다.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4·27 판문점 선언에 따른 사업별 예산 및 집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개성공단 내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로 사용하던 건물에는 103억원이 투입됐다. 이듬해인 2019년 54억 3800만원, 올해는 5월까지 11억 4500만원이 들었다. 3년간 건설 및 운영비용 등으로 총 168억 8300만원이 소요됐다. 연락사무소를 세우기로 할 때 건설비는 남측이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남측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 이 건물을 일방적으로 철거한 북한에 책임을 묻거나 보상을 요구할 수 있을까. 북한이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한 상황이라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남북은 이른바 ‘투자자산’ 보호에 관한 규정에 합의한 바 있다.

무엇보다 북측의 일방적인 철거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의 후속 조치로 남북이 체결한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에 저촉될 수 있다. 합의서 제2조 2항이 ‘남과 북이 자기 지역 안에서 법령에 따라 상대방 투자자의 투자자산을 보호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4조 1항에는 “남과 북은 자기 지역 안에 있는 상대방 투자자의 투자자산을 국유화 또는 수용하거나 재산권을 제한하지 않으며 그와 같은 효과를 가지는 조치(이하 수용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만약 ‘공공의 목적’으로 수용 조처를 해야 한다면 ‘합법적 절차’를 따라야 하고 ‘신속하고 충분하며 효과적인 보상’도 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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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공동연락사무소.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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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해당 건물이 개성공단에 위치한 만큼 북한법인 개성공업지구법도 적용될 수 있다. 남측 투자 재산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분명히 밝힌 법이다. 여기엔 “공업지구에서는 투자가의 권리나 이익을 보호하며 투자 재산에 대한 상속권을 보장한다. 투자가의 재산은 국유화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또 “사회 공동의 이익과 관련해 부득이하게 투자가의 재산을 거둬들이려 할 경우에는 투자가와 사전 협의를 하며 그 가치를 보상해준다”고 적었다.

연락사무소 운영과 관련한 합의 문서인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에는 ‘연락사무소 사무실과 비품들의 관리는 사용하는 측이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일방적 건물 철거를 남측의 사무실 관리 권한 침해로 볼 수 있는 셈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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