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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김정은 남매, '판문점 선언' 비참하게 폭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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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 북한의 초강경 조치로 향후 남북관계는 상당 기간 암흑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방송은 16일 오후 5시 뉴스에서 "16일 14시 50분 요란한 폭음과 함께 북남(남북) 공동련락사무소가 비참하게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방송은 이어 "쓰레기들과 이를 묵인한 자들의 죄값을 깨깨 받아내야 격노한 민심에 부응하여 북남 사이 모든 통신연락선을 차단해 버린 데 이어 우리 측 해당 부문에서는 개성 공업지구에 있던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완전 파괴하는 조치를 실행했다"고 덧붙였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9분쯤 육군 1군단 전방 지역에서 대형 폭발음이 들리면서 연기가 일어나는 모습이 관측됐다. 진원지는 북한 개성공단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육군이 감시장비를 통해 공단 안에 있는 4층짜리 남북연락사무소가 무너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폭파를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김여정의 발언은 사흘 만에 바로 실행된 셈이다.

앞서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공개보도’를 통해 “북남(남북) 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들에 군대가 다시 진출하여 전선을 요새화하며 대남 군사적 경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개성공단을 만들면서 후방으로 뺀 군부대들을 원위치할 가능성이 커졌다. 2003년 12월 개성공단 조성 공사를 시작하자 북한군은 6사단과 64사단, 62포병여단을 송악산 이북과 개풍군 일대로 옮겼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5시 5분부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회의 후 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북측이 2018년 '판문점 선언'에 의해 개설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함”이라고 밝혔다.

김 사무처장은 또, “북측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임”이라며 “정부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측에 있음을 분명히 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는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함”이라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하다’ 같은 술어 없는 발표문을 준비해 그대로 읽었다. 이는 그만큼 청와대가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본다는 점을 나타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보고받은 뒤 바로 합참 지하의 전투통제실로 들어가 상황 관리에 나섰다. 하지만 군은 추가로 경계강화 지시를 내리진 않았다. 군 관계자는 그 이유에 대해 “이미 관련 조치가 시행 중”이라고 답했다.

국방부는 "우리 군은 현 안보 상황 관련, 북한군의 동향을 24시간 면밀히 감시하면서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안정적 상황 관리로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북한이 군사적 도발 행위를 감행한다면 우리 군은 이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을 맡고 있는 서호 차관 명의로 “금일 북측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은 남북관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비상식적이고 있어서는 안 될 행위로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하고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2018년 판문점선언의 위반이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구성ㆍ운영에 관한 합의서의 일방적 파기”라며 “그동안 북측의 거친 언사와 일방적 통신 차단에 이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특히 6.15 공동선언 20주년 다음 날 벌어진 이러한 행위는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염원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북측은 이번 행동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군은 이날 비무장지대(DMZ) 안 경계초소(GP)에서 인공기와 최고사령관기를 내렸다. 북한군 출신 탈북자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국가를 상징하는 인공기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나타내는 최고사령관기를 내렸다는 것은 준전시 상태, 도발 준비 단계, 비상 체제 가동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2018년 9월 14일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 청사 개소식 당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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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2018년 9월 14일 개성공단 안에 문을 열었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연 뒤 발표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만들어졌다. 2005년 지은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의 건물을 정부가 예산 97억원을 들여 남북연락사무소 청사로 개ㆍ보수했다. 청사, 직원 숙소, 식당을 비롯한 편의시설 등으로 이뤄진 남북연락사무소는 1년 9개월 만에 사라지게 됐다.

이철재ㆍ박용한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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