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9 (금)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1년 9개월만에 형체 없이 사라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4.27 판문점선언 결실이자 文대북정책 상징

남북미 관계 경색 '北 불만표시 수단' 변질

모든 통신선 차단 후 2년도 안돼 '산산조각'

16일 북한이 폭파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의 결실이자,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상징이었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개성지역에 남북이 상시적으로 연락할 수 있는 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후속 고위급회담에서 개성공단 내에 설치하기로 결정, 건립과 개보수에 약 168억원을 들여 개성공단 내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로 사용됐던 4층 건물에 들어선 것이 바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다. 판문점 선언 이후 불과 140일 만에 초고속 개소식이 열리면서 남북 간 관계 개선의 의지가 강조되기도 했다.

2018년 9월 14일 열린 개소식에는 남북고위급회담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서명자로 참석,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구성ㆍ운영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중앙일보

2019년 9월 14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앞에서 열린 개소식에 남북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해 제막을 하고 있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4.27 판문점선언 이후 140일만에 초고속으로 설치됐으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 화해정책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초대 소장은 남측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북측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이 맡았다. 남북 소장은 연락사무소에 상주하지는 않지만, 주 1회 열리는 정례 회의와 필요한 협의 등을 진행하며 상시 교섭대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 간 교섭 및 연락, 당국 간 회담 및 협의, 민간교류 지원, 왕래 인원 편의 보장 등의 기능을 맡았다. 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남과 북이 만나고 싶을 때 언제든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듯, 남북 간 24시간 연락이 가능한 교류 협력의 장소가 생기면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중앙일보

2019년 5월 8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왼쪽)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을 처음으로 방문해 북측 김영철 임시소장대리(오른쪽)와 이동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뒤 남북 및 북·미 관계가 경색되면서 연락사무소는 북한의 '불만 표시' 수단으로 변질됐다.

실제 그해 3월 22일 북한은 '상부의 지시'라는 이유로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북측 인원들을 전원 철수시켰다. 사흘 만인 3월 25일 일부 인원을 복귀시켰지만,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남북관계의 볼모가 돼버린 순간이었다.

올해 1월에는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남측 인력이 철수한 뒤, 하루 두 차례씩 전화 연락을 하는 수준이었다.

이마저도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남한 당국의 대응을 문제 삼아 지난 9일 정오부터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해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선을 완전히 차단ㆍ폐기한다고 밝히면서 사무소는 건물만 유지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실제 북한은 이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한 통화와 서해ㆍ동해지구 군 통신선, 함정 간 국제상선 통신망 등을 이용한 통화 등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연락사무소는 일종의 상설 연락망으로, 통신의 기능을 넘어 남북이 상시적으로 연락할 수 있도록 이를 제도화하려던 곳"이라며 "남북관계 경색으로 지금도 최소한의 형태만 남겨두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단절하고 폭파시킨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넘어서 분단 이래 남북관계가 역사상 최악의 상황이 된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