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랑 끝 남북관계 ◆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면서 남북 정상 간 신뢰 관계 회복이 당분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고 군사적 행동을 예고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그동안 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자제했지만 이번엔 사실상 저격에 가까운 표현들을 내놓았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17일 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발언을 두고 "철면피함과 뻔뻔함이 매캐하게 묻어나오는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처신머리가 역겹다" "구접스럽다"며 온갖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으로 된 담화에서 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메시지를 맹비난하며 "맹물 먹고 속이 얹힌 소리 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하게 늘어놓았다"고 지적했다.

김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구불구불 흐르더라도 끝내 바다로 향하는 강물처럼 남과 북은 낙관적 신념을 가지고 민족 화해와 평화와 통일의 길로 더디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언급하며 "특유의 어법과 화법으로 멋쟁이 시늉을 해보느라 따라 읽는 글줄 표현들을 다듬는 데 품 꽤나 넣은 것 같은데 현 사태의 본질을 도대체 알고나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례적으로 장문의 담화를 낸 김 제1부부장은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미련한 주문을 한두 번도 아니고 연설 때마다 꼭꼭 제정신 없이 외워대고 있는 것을 보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정신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며 문 대통령을 조롱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 같은 김여정 담화를 북한 주민도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도 실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거칠고 직설적인 표현들이 여과 없이 담화로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김여정 위상이 높아졌음을 의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실장은 "김여정 명의 담화만큼은 당 중앙위 검열·검토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장금철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 역시 담화를 내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를 맹비난했다. 청와대가 "상황 악화 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장 부장은 "감히 그 누구를 위협하는 따위의 가소로운 입질까지 해대고 있다"고 힐난했다.

[연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