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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 존 볼턴 회고록 파장

볼턴 "트럼프, 시진핑에 재선 도와달라고 간청"…회고록에서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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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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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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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자신이 재선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7일(현지시간)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 충성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도중 트럼프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라고 험담하는 쪽지를 자신에게 보낸 적도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오는 11월 재선 도전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내용이 수두룩하게 담긴 것으로 알려진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출간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언론을 통해 내용이 공개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출간 전 원고를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당시 쟁점이었던 무역협상을 자신의 재선과 연결시켜 말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에게 중국이 가능한 한 많은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함으로써 대선 승리를 위해 중요한 농업이 주요 산업인 주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 볼턴 “트럼프, 시진핑에 재선 도와달라고 간청”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서 자신의 승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청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서 농민, 그리고 중국의 대두 및 밀 구매량 증가가 미치는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고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 초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서 말한 정확한 내용을 직접 인용했지만 정부의 출간 전 사전 검토에서 지적을 받아 발언 취지만 기술했다고 설명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두 정상의 대화는 다시 무역협상으로 돌아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계산 방식에 의거한) 남은 3500억달러의 무역 불균형에 대해 미국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이 가능한 한 많은 미국산 농산품을 구매해 달라고 시 주석에서 다시 성가시게 졸랐다”고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같은 사례를 들어 지난 1월 상원 무죄 판결로 끝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우크라이나 사례만 포함시켜서는 안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군사원조를 지렛대 삼아 자신의 정적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부패 의혹을 조사할 것을 압박한 것이 탄핵 사유가 됐던 것처럼 시 주석에게 자신의 재선 지원을 요청한 것 역시 탄핵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백악관 법률팀에 보고했지만 아무런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폼페이오 “트럼프는 완전히 거짓말쟁이” 험담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충실한 충성파로 불리는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험담한 사례도 공개됐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당시 “그는 완전히 거짓말쟁이(He is so full of shit)”이라고 적은 쪽지를 자신에게 건넸다고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미 정상회담 한달 뒤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에 대해 “성공 확률 제로(zero probability of success)”라고 단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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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일화도 소개됐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이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이며, 핀란드가 러시아에 속해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탈퇴하려고 한 시도는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이전부터 있었다고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보 보고는 시간 낭비였다면서 “대부분의 시간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고자를 경청하는 대신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말을 듣는데 할애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트럼프, 중국의 신장 인권 탄압도 지지”

미국이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웨이우얼) 자치구에 대한 중국의 인권탄압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지만 정착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이를 이해한다면서 지지했다는 일화도 소개됐다. CNN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2019년 6월 오사카 G20 개막 만찬 날 시 주석은 통역사 한명만 배석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장 지역에 강제 수용소를 세우는 기본적인 이유를 설명했다”면서 “우리 측 통역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서 수용소 건설을 진행하라고 말했고,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은 정확하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매슈 포틴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 중국 순방 당시 매우 유사한 말을 했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란·러시아·북한 등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에 대한 강경파로 정평이 나 있는 볼턴 전 보좌관은 허버트 맥매스터 전 보좌관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에서 세번째 국가안보조좌관을 역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 비핵화 방식으로 ‘선핵폐기 후보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리비아 모델’을 주장해 북한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 끝에 지난해 9월 사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은 오는 23일 발간될 예정이지만 백악관은 공개될 경우 국가안보를 해롭게 할 수 있는 기밀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면서 전날 윌리엄 바 법무장관 명의로 출간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워싱턴 연방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CNN은 백악관이 법적 행동에 나섰지만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의 구체적인 내용이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다른 언론 매체를 통해 공개되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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