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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존 볼턴 회고록 파장

볼턴 폭탄 터졌다…"트럼프, 시진핑에 재선 도와달라 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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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소송에 회고록 사전 공개

"오사카 G20서 농산물 구매 부탁,

'중국 역사상 최고 지도자' 격찬"

"폼페이오, 싱가포르 정상회담서

'트럼프는 정말 거짓말쟁이'쪽지,

'대북 외교 성공 가능성은 제로'"



"김정은에 엘튼 존 '로켓맨'CD 전달 집착…몇달 간 최우선 과제"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29일 일본 오사카 G20 회의에 병행해 양자회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 농업주의 대두와 밀 등 농산물 구매를 늘려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다록 도와달라고 간청했다"고 존 볼턴 전 국가안전보좌관이 회고록 발체본을 통해 폭로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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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혀 뜻밖에 화제를 미 대통령 선거로 돌리며 넌지시 중국이 경제력으로 선거운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암시했고, 시진핑 주석에게 '내가 반드시 승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23일 발간 예정인『그 일이 있었던 방: 백악관 회고록』에서 지난해 6월 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회의 당시 함께 열렸던 미·중 양자 회담을 묘사한 대목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언론을 통해 592쪽 분량의 회고록 전체를 사전 공개해 워싱턴 정가에 대형 폭탄을 터뜨렸다. 회고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 농산물 대량 구매로 자신의 대선 승리를 도와달라고 부탁한 내용 외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외교정책에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앞세운 사례를 폭로했기 때문이다. 백악관이 출간을 막으려 전날 소송을 제기하자 언론 공개로 맞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석상에서 "그는 정말 거짓말장이"라고 뒷담화하는 메모를 자신이 전했다는 내용과 대통령 개인 관심에 따라 싱가포르 회담이후 수개월 엘튼 존 사인이 들어간 CD 선물을 전하는 게 미 대북정책의 최고 우선순위가 되기도 했다고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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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회고록 '그 일이 있었던 방'[아마존]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1차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과 친분을 맺기로 결심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미국 선물을 주고 싶어했고, 이는 미국의 대북 제재에 위반됐다. 결국 트럼프 고집대로 선물에 대해 제재를 면제해야 했다고 볼턴은 책에 적었다.

역사적 1차 정상회담에 관해서도 볼턴은 트럼프는 비핵화 조치의 세부사항에 거의 관심이 없었고 회담을 언론의 주목을 끄는 미디어 행사로만 봤다고 혹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실질적 내용은 없는 공동성명에 서명할 준비가 됐다고 했고, 기자회견에서 승리를 선언한 뒤 도시를 떠났다"라고 했다.

싱가포르 회담 뒤 몇 달간 트럼프는 폼페이오 장관이 엘튼 존이 친필 사인한 '로켓맨' CD를 김정은 위원장에 전달하는 데 과도하게 집착했고, 같은 해 10월 폼페이오 평양 후속 방문 때 가져가도록 했다. '리틀 로켓맨'은 당초 김 위원장을 비판할 때 쓴 말이지만 나중엔 애정이 깃든 용어라고 믿게 하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폼페이오와 김정은과 면담은 불발됐는데도 "트럼프는 김정은을 실제 못 만난 거를 인식하지 못하는 듯 CD를 전달했는지 물었고, 폼페이오가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개월 동안 CD 전달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고 볼턴은 묘사했다.

볼턴은 트럼프의 지적 수준을 비판하는 대목도 책에 담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비확산조약'이 공인한 5대 핵강국 영국이 핵보유국인지 모르는 듯 보였고, "핀란드가 러시아의 일부냐고 묻기도 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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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를 교환하고 있다. 존 볼턴 전 보좌관은 "실질적 내용이 없는 공동성명을 의회 비준을 받겠다고 하자 폼페이오 장관이 '완전한 거짓말쟁이'라는 쪽지를 전해줬다"고 폭로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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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를 포함한 변함없는 충성심을 보였던 최고위 참모들도 뒤에선 트럼프를 조롱했다. 볼턴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석상에서 "그는 정말 거짓말쟁이(He is so full of shit)"이라고 쪽지를 자신에 전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북한과 비핵화 합의를 의회 비준을 받겠다고 하자 험담했다는 것이다. 폼페이오는 한 달 뒤에 대통령의 "대북 외교의 성공 가능성은 제로"라고 했다고도 적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과 관련 부분은 그대로 발췌해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2018년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G20 회의 당시 미·중 양자 회담에서도 미 농산물 구매를 부탁했다.

시 주석이 먼저 트럼프 대통령과 "6년 더 함께 일하고 싶다"고 하자 트럼프도 "사람들이 나에 대해선 헌법의 2연임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화제를 관세로 돌려 "현행 관세를 폐지하든지 최소한 추가 관세는 없다는 데 합의하자"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25%로 올리지 않고 현행 10%를 유지하겠다"며 "대신 결정적인 농업주 표를 위해 중국 농산물 구매를 늘려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볼턴, 법 위반했다…볼 장 다 본 인간, 거짓말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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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 배석한 모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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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6월 오사카에서 다시 만났을 때 시 주석이 "미·중 관계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데 일부 미국 정치인이 중국과 신냉전을 촉구하는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라고 말을 꺼냈다. 트럼프는 이에 "민주당 안에 중국에 대한 엄청난 적대감이 있다"고 하면서 농업주의 대두·밀 등 농산물 구매를 늘려 대선 승리를 도와달라고 간청했다고 한다.

볼턴은 "트럼프의 정확한 말을 그대로 출간하고 싶었지만, 정부의 발간 전 검토절차가 그러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는 "남은 3500억 달러 대중 무역 적자분에 관세를 매기지 않는 대신 농산물 구매를 늘려달라"고 거듭 졸랐고 결국 시 주석도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기뻐하며 "당신은 300년 역사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했다가 몇분 뒤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수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2018년 6월 말 오사카 G20 회담 개막 만찬에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 신장지역 강제수용소 건설 필요성을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정확히 옳은 일"이라며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동석한 매슈 포틴저 당시 아시아 담당 보좌관은 2017년 11월 중국 방문 때도 아주 비슷한 얘기를 했다고 전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구체적 내용을 부인하진 않으며 "나보다 중국에 강경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고도의 기밀이며, 정부가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법을 어겼다"라고 비난했다. 볼턴을 "완전히 실패한, 볼 장 다 본 인간(washed-up guy)", "거짓말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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