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멈춰 서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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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주총 소집 통보
인수합병(M&A)을 추진하던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서로 대립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돌발 변수가 계속 출몰하면서 M&A 성사도 점차 불투명해지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18일 주요 주주를 대상으로 ‘오는 26일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한다’고 통보했다.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스타항공이 다룰 주요 안건 중 하나는 신규 이사(3명)·감사(1명)를 선임하는 안건이다.
양측이 지난 3월 체결한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SPA)에 따르면, 계약상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신규 이사·감사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다. 문제는 이스타항공의 주주총회 소집 통보에 제주항공이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제주항공은 “M&A가 아직 모두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이 일방적으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는 사실을 제주항공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 이스타항공은 “주식매매계약에 따르면, 예정된 M&A 계약일(29일) 이전에 이스타항공은 반드시 주주총회를 소집해야 하므로, 원래 예정된 일정대로 주주총회를 열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몇 차례나 제주항공에 후보자 명단을 요청했지만, 제주항공이 일방적으로 회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멈춰서 있는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 제주항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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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이스타젯·체불임금도 걸림돌
이번 M&A에 또 하나의 걸림돌은 이스타항공의 태국법인 타이이스타젯이다. 타이이스타젯은 지난 2017년 이스타항공의 태국 현지 총판과 타이캐피탈이 합작·설립한 태국 항공사다. 이스타항공은 타이이스타젯의 리스비를 지급보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해당 계약을 해소하지 않을 경우 이스타항공과 M&A를 포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서 제주항공은 “해당 계약 해소가 이스타항공 M&A에 앞서 반드시 필요한 선행요건은 맞다”며 “다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M&A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앞에서 조종사노조가 정리해고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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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이 대립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이스타항공은 임직원에게 약 4개월째 월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5월 말까지 약 200억원의 임금을 체불 중이다. 주식매매계약서에 따르면 이 대금은 제주항공이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이스타항공의 주장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체불임금을 스스로 해결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자, 항공업계에서는 양사의 M&A가 성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한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의지는 있다”며 “다만 인수 종결을 위해 필요한 행정적인 절차를 밟는 단계”라고 주장했다.
임금 체불 해결 촉구하는 이스타항공 노동조합.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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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정부 지원 없으면 파산
곳간이 바닥난 이스타항공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완전자본잠식(-1042억원)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손을 떼면 파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미 이스타항공은 조업비·유류비 등을 연체해 실질적으로 디폴트(default·채무불이행) 상태다. 제주항공이 지급을 보증하지 않는다면 비행기를 띄울 운영자금조차 빌리기 어렵다.
대주주 사재 출연도 쉽지 않다. 이스타항공 최대주주는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두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이스타홀딩스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제주항공에 지분을 넘기면서) 이번 M&A의 최대 수혜자 이상직 의원이 2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은 5월 28일 직원에게 발송한 e메일에서 ‘대주주에게 사재출연을 문의했지만 지난 3월 SPA 체결 시 깎은 150억원이 이미 마지노선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공지했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이스타항공 사무실 앞.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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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기업과 피인수 기업의 대주주가 하나같이 ‘제 코가 석 자’라는 입장에서, 이스타항공에 남은 마지막 희망은 정부 지원뿐이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은 지난 3월 시중은행과 함께 제주항공에 이스타항공 인수자금(1700억원)을 대여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시중은행 참여가 저조하다.
5월 20일 정부가 항공사에 투입을 결정한 기간산업안정자금도 대상이 아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달리 이스타항공은 차입금(5000억원 이상), 근로자 수(300인 이상) 등 자금 지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계류장에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멈춰서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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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기간산업안정자금의 예외조항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는 자금 지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도 산업생태계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기간산업안정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예외 조항 적용 여부는 기간산업기금 운용심의회·주채권은행·산업은행 등이 심의·결정한다.
항공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최소한 2000억을 투입해야 일단 비행기를 띄울 수 있고, 3000억원 정도가 투입된다면 구조조정과 병행하면서 자구 회생도 가능할 것”이라며 “LCC가 지방 공항 활성화와 지역 경제 부흥, 항공 대중화에 기여한 바를 고려하면, 일단 정부가 자금을 투입한 뒤 향후 매각해 시세차익을 거두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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