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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홍콩보안법 '1호 타깃'은 과연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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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홍콩인권법' 촉구한 조슈아 웡, 中 정부에 '미운털' 단단히 박혀

'반중' 신문 사주 지미 라이, 대규모 시위 주도 지미 샴 등도 거론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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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 중국 전인대 전체회의 통과
(베이징 AFP=연합뉴스) 2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초안이 통과된 후 전광판에 '찬성 2천878표, 반대 1표, 기권 6표'라는 결과가 표시돼 있다. 2020.5.28.ymarshal@yna.co.kr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최근 홍콩에서 최대 화두는 단연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보안법 초안을 전격적으로 통과시키자 홍콩 야당과 재야단체, 언론계 등은 홍콩보안법 시행 후 달라질 홍콩의 모습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처럼 처벌 범위가 넓다 보니 홍콩인들은 벌써부터 '제1호 타깃'을 점치면서 '홍콩보안법 시대'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

홍콩보안법 제정 자체가 홍콩 내 반중 인사와 민주파 진영을 겨냥한 것이라서 민주파 인사 중 누군가를 '괘씸죄' 적용의 본보기로 삼아 홍콩인들에 두려움을 심어주려할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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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도심 집회 현장에서 만난 '우산 혁명' 주역 조슈아 웡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우선 거론되는 인물은 바로 홍콩의 민주화 인사 중 국제적인 지명도가 가장 높은 조슈아 웡(黃之鋒) 홍콩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다.

조슈아 웡은 2014년 79일 동안 대규모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홍콩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 혁명'의 주역이었다. 우산 혁명은 당시 시위대가 우산으로 경찰의 최루액 등을 막아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는 당시 17세의 나이에 하루 최대 50만 명이 참여한 이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전 세계에 그의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때도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의회가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홍콩인권법)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해 중국 정부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화춘잉(華春瑩)은 조슈아 웡에 대해 "중국인 신분으로 사방팔방 다니면서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을 외국에 구걸하고 다니는 자", "반중란항(反中亂港·중국을 반대하고 홍콩을 어지럽힘)을 꾀하고, 외국 세력을 등에 업고 날뛰는 자" 등으로 규정했다.

조슈아 웡도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예견하는 듯하다.

그는 지난 1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홍콩보안법이 시행된다면 내가 바로 그 타깃이 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내가 해외에서 독재정권의 실체를 얘기하고 경찰의 폭력성을 세계에 알린 것을 놓고 나를 맹비난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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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에 연행되는 반중 언론인 지미 라이
(홍콩 AP=연합뉴스) 홍콩에서 발행되는 반중 성향 매체 '빈과일보'의 사주인 지미 라이(라이치잉·黎智英)가 18일 자택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이날 홍콩 내 반중 시위에 관여한 혐의로 범민주 진영 인사들을 무더기로 체포했다. 2020.04.19. jsmoon@yna.co.kr



조슈아 웡과 더불어 홍콩보안법의 타깃으로 많이 거론되는 또 다른 인물은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국 매체인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이다.

중국 광둥(廣東)성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파산한 의류 공장을 인수한 후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Giordano)를 창업, 아시아 굴지의 의류 기업으로 키운 입지전적 인물이다.

하지만 1989년 중국 정부의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에 충격을 받은 그는 1990년 넥스트 매거진, 1995년 빈과일보를 창간해 언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빈과일보는 중국 지도부의 비리와 권력투쟁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해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로 떠올랐다. 지미 라이 본인은 2014년 '우산 혁명'과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 관영 매체는 그를 외세와 결탁해 송환법 반대 시위를 배후조종하는 인물이라고 몰아세웠다.

홍콩의 대표적인 친중 매체인 동방일보는 이틀이 멀다고 1면 등에 홍콩의 혼란과 폭동을 조장하는 지미 라이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논조의 기사를 대문짝만하게 싣는다.

이밖에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岑子杰) 대표,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을 창당한 마틴 리(李柱銘), 홍콩의 대표적 노동단체 홍콩직공회연맹의 리척얀(李卓人) 주석 등도 홍콩보안법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홍콩 문제 전문가인 톈페이룽(田飛龍) 중국 베이항대 교수는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면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의 혼란을 일으킨 지미 라이, 조슈아 웡, 마틴 리 같은 대표적 반중국 인사들은 법적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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