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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N번방의 시초' 손정우 사건

손정우 “미국 가기 싫어요”... 공감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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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다크웹’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수 천여개를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에 대한 미국 송환 여부가 다음달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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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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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 주재로 열린 손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심사 청구 2차 심문기일. 이날 손씨는 “만약 한국에서 재판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 내려져도 달게 받겠다”며 “가족이 있는 이곳에 있고 싶다”고 호소했다.

손씨가 울먹이자 방청석에 있던 손씨의 아버지도 눈물을 흘렸다. 손씨는 심문이 끝나고 취재진과 만나 “어떻게 보면 (아들이) 어린 나이다. 한국에서 재판을 받게 해준다면, 한 번만 기회를 더 준다면 속죄하며 살라고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손씨측 변호사는 미국에서 성착취물 유포 혐의를 처벌하지 않겠다는 보증을 하지 않으면 손씨를 보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한·미 범죄인 인도 조약에 이중처벌을 금지하는 조문이 있다는 점을 들면서 보증의 필요성을 부정했다. 재판부는 내달 6일 3차 심문을 열고 손씨의 미국 인도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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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 아버지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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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내려는 검찰 vs 미국만은 거부하는 손정우

손정우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약 2년 8개월 동안 다크웹을 운영하며 4000여명에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공하고 비트코인 등으로 약 4억원을 챙긴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 제작·배포,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로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돼 복역했다.

손정우는 지난 4월 복역을 마쳤지만 미국 송환을 위한 인도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재수감됐다. 미국 연방대배심은 국내 재판 결과와 별개로 손정우를 아동음란물 배포, 자금세탁 등 9개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 법무부는 손정우 출소를 앞두고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강제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우리 법무부는 우리나라에서 처벌이 끝난 부분을 제외하고 자금세탁 부분에 대해서만 인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손정우를 재구속했다.

그러자 손씨는 지난달 아들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아들이 미국이 아닌 국내에서 처벌 받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손씨는 아들이 동의 없이 자신의 정보로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하고 범죄수익금을 거래·은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들을 위한 손씨의 뜨거운 부성애는 국민적 공분만 사고 있다.

◇ “한국은 너무 형량이 낮다...차라리 미국서 처벌 받아라”

손정우는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였다. 회원수는 무려 128만명에 이른다. 그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2심에선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웰컴투비디오’ 해외 이용자들은 손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영국인 매튜 팔더는 아동 강간을 부추기고 신생아 학대 동영상을 공유한 혐의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영국인 카일 폭스는 3~4세 아이를 성폭행한 영상을 올리고 공유한 혐의로 징역 22년, 미국인 돈 패널은 120여개 성착취물을 소지한 혐의로 징역 8년, 보호감찰 5년 등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들이 영상을 공유할 수 있었던 건 손씨 때문이다. 심지어 손씨가 만든 사이트에 등장하는 피해자 중에서는 실종 신고 됐던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운영자인 손씨의 형량은 징역 1년 6개월에 불과했다. 이에 앞서 1심 재판부는 손씨가 어리고 초범이라는 이유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에서 검사를 재직했던 원재천 한동대 법학부 교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한국에서는 아마 그냥 음란물, 불법 영상 그 정도로 보는 거 같다”라고 지적하며 “미국에서는 살인죄 수준으로 다루고 있고 국제사회에서는 반인륜적 범죄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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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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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100개 범죄행위를 해도 제일 센 형의 절반만 가중하는 반면 미국 100개의 범죄가 있다면 모든 형량을 더하는 국가다. 유포시킨 게 수십개 영상이라고 하면 그걸 다 더하는 거다. 손씨는 최소한 30년 이상의 징역형이 나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국제전략협력실 팀장도 “의아하다. 성착취물에 대한 법원의 근본적인 인식자체가 너무 낮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손씨와 가족들이 비난을 받으면서도 ‘미국’ 송환을 막는 이유는 ‘형량’ 때문이다. 국내 법원은 관대했지만 미국 법원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자금세탁 혐의로 미국에서 재판을 받는다면 최장 징역 20년의 형량이 선고될 수 있다.

누리꾼들도 손씨 부자가 눈물을 흘렸다는 보도와 관련해 ‘양심도 없다. 미국에서 제대로 벌 받아라. 대한민국 법은 솜방망이라 아주 우습지. 대한민국에서 어떤 중형이어도 달게 받겠다? 어떤 중형이어도 몇 년 안 살 걸 알 거다. 대한민국도 아동 성착취 관련 모든 범죄자들은 미국처럼 제대로 처벌바람’(wono****), ‘피해자들은 더 어렸어요’(hl5u****) 등의 반응을 보이면 분노했다.

◇ 손정우 父 “천성은 악하지 않아...살인·강간미수도 아닌데” 아들 두둔

손씨는 지난달 5일 아들을 위해 탄원서를 썼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아들의 미국 송환만은 막아달라는 취지의 청원글을 쓰기도 했다.

손씨의 부친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아들이 식생활과 언어·문화가 다른 미국으로 송환된다면 너무나 가혹하다”며 “자금세탁과 음란물 소지죄만 적용해도 (징역) 50년, 한국에서의 재판은 별개라고 해도 (징역) 100년 이상”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자국민 보호 측면에서도 너무 과하다”며 “부디 자금세탁 등을 (한국) 검찰에서 기소해 한국에서 중형을 받도록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손씨의 아들 두둔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들의 범행 목적이 ‘돈’ 때문이라는 것.

손씨는 “용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고 나중에는 큰 집으로 이사를 하려고 돈을 모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라며 “원래 천성이 악한 아이는 아니고 강도·살인, 강간미수 등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선처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여죄를 한국에서 형을 받게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미국서 처벌 안 받으면 재범 우려...제2의 손정우 발생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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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와 지인이 나눈 메시지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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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씨는 “미디어 성 문제 일으킨 사람들은 내가 알기론 두 번 다신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 애도 마찬가지다. 재판받을 때 자지가 회한의 눈물을 흘렸는지. 나올 때마다 울었으니. 반성의 눈물이었다. 그렇게까지 호되게 당했고 그랬는데 또다시 한다는 건 인간이 아니다”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지인들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손씨 아들에게는 출소 후 계획이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방송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손씨의 지인 A씨는 “(출소 후) 계획을 이야기했다. 음란물, 성인배우 검색 사이트가 있다. 거기에 불법 사설 도박 사이트 광고가 있는데 그 배너를 따서 광고비를 얻어 먹을 거라 했다. 걔는 돈 버는 게 그거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누리꾼들도 ‘계속 이대로 가겠다는 건가? 큰 범죄만 양산할 것이 빤히 보이는데 가만히 있으라는 건가?’(cham****), ‘손정우가 이번에 그냥 나오면 어떤 짓을 할지 끔찍하지 않냐’(yeons****), ‘이번에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제2의, 제3의 손정우가 한국에서 생겨날 거다.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사법체계와 구형에 대해 비난하게 될 거다. 국제적으로 범죄를 저질렀으면 국제적으로 처벌받게 하라”(roco****)등의 강도높게 손씨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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