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처 신설… “홍콩 자치 유명무실해질 것”
‘체제전복’ 혐의… “시민사회 옭죄는 올무될 수도”
다국적 시민단체… “외세결탁 혐의 씌울 가능성”
지난 16일 홍콩 도심의 한 쇼핑몰 안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홍콩 보안법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는 28~30일 열리는 중국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20차 상무위원회에서 홍콩 보안법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안팎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안법 초안이 공개되면서 홍콩에선 자치권 훼손과 시민사회 활동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2일 “홍콩 보안법은 13기 전인대 20차 상무위원회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리잔수 상무위원장이 회의 도중 언제든 의제로 상정할 수 있다”며 “전인대 상무위가 7월1일 이전에 보안법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홍콩방송>(RTHK)도 소식통의 말을 따 “베이징 당국은 일종의 ‘충격과 공포’ 전략에 따라, 반대여론이 거세지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보안법을 처리하려 들 것”이라며 “이달 말 열리는 전인대 상무위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지난 20일 관영 <신화통신>이 보안법 초안 내용을 공개했지만, 처벌 수위와 소급 적용 가능성 등은 여전히 안갯 속이다. 하지만 공개된 내용만 놓고도 △사법 독립권 침해 △홍콩 자치권 훼손 △시민사회 활동 위축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아니타 입 홍콩변호사협회 부회장은 <홍콩방송>에 “중국 본토 법령에도 인권 보호와 변호인 선임권, 무죄 추정의 원칙 등이 명시돼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특히 보안법 위반 사건 재판부 배당을 행정장관이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홍콩 사법부 독립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법에 따라 신설되는 홍콩 주재 중앙정부 보안기관(국가안보처)이 국가안보 관련사항에 대해 ‘감독·지도’ 기능을 수행하게 되면, 홍콩의 자치는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보안법이 특정 사건에 대해 국가안보처가 직접 사법 관할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은 기본법 18조 규정에 따른 비상사태 선포 시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국가안보처는 차관급 기관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중앙국가안전위원회에 직접 보고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조하네스 찬 전 홍콩대 법대 학장은 신문에 “이른바 ‘감독’이란 말은 단순히 조언을 하는 게 아니라, 조언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행정장관보다 우위에 있는 기관이 설치되면 홍콩이 ‘고도 자치’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초안이 제시한 분리독립·체제전복·테러행위·외세결탁 등 ‘4대 범죄’가 고스란히 시민사회를 옭죄는 올무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얀 호 라이 민간인권전선 부의장은 <블룸버그>와 한 인터뷰에서 “중국 본토에서 ‘체제 전복’ 혐의는 언론인과 인권운동가를 탄압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며 “홍콩 활동가들도 비슷한 처지로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주재 다국적 단체는 ‘외세결탁’ 조항을 우려한다.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지부 부국장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보안법이 통과되면 인권·노동 관련 단체들이 외세결탁 조항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본토 기관원들이 홍콩에서 인권단체를 감시하고 정보를 차단하고 재정상황을 점검하고 외부 자금지원에 대해서도 출처를 조사하려 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네이버 뉴스판 한겨레21 구독▶2005년 이전 <한겨레>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