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트럼프가 시진핑-김정은 만남 궁금해하자
"中 믿어선 안 된다" 보여주려 가상 편지 보고해
워싱턴 초강경파 볼턴, 매티스 국방장관도 비판
지난해 4월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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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이 북한 문제에 있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예상 발언을 편지 형식으로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일부 확인한 볼턴 전 보좌관의 저서(『그 일이 있었던 방: 백악관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남북,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나고 돌아오자, “시 주석이 과연 무슨 말을 했을지”를 몹시 궁금해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에 “확실히 (비핵화 협상에)도움이 안 되는 말일 것”이라고 말하면서 “완전히 나의 추측으로 쓴 시 주석의 예상 발언을 한 페이지 분량으로 요약해 트럼프에게 보고했다”고 회고했다.
볼턴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정은,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편지를 많이 쓰든 간에 너는 그를 믿으면 안 된다”며 “그는 다른 모든 자본주의자들처럼 너를 속이려 하고, 트럼프가 진짜 원하는 건 북한을 한국 처럼 만드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너는 핵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트럼프, 폼페이오(국무부 장관), 볼턴 모두 똑같은 사람들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주의자이지만 더 나쁘다”는 말도 포함됐다.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북한 대응을 비판하면서 올린 트윗.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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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전 보좌관은 이 같은 시 주석의 ‘가상 편지’를 보고서로 만든 이유로 “다른 모든 방법을 시도해봤기 때문에 더이상 잃을 게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괴짜 같은 볼턴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를 읽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했지만, 며칠 뒤 트럼프가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현금, 연료, 비료, 다른 물품 등 상당한 원조를 받고 있다. 이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트윗을 올린 것을 연결시켰다. 자신의 보고서를 읽고 트럼프 대통령이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관료들을 겨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부 장관을 가리켜 “전장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들고 다니는 수도승인지는 몰라도, 백악관의 토론에는 소질이 전혀 없다”거나,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겸 국무부 부장관을 향해선 “백악관과 정보를 공유하려 하지 않고, 개인적인 의제를 관철시키려는 사람”이라고 논평했다.
강경 노선인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의견 마찰을 빚다가 지난해 9월 ‘트윗 경질’ 당했다. 이후 장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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