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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집값 급등에 2030 '脫 서울'...경기도로 줄줄이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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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인구, 서울에서 빠지고 경기도에서는 늘어나
서울 전·월세 상승·3기 新도시 영향에 줄줄이 이동

"통장에 꽂히는 월급은 거의 똑같은데 주변 집값 시세는 전부 다 올랐어요"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거주하는 김모(27)씨는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로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 취업하고 재작년부터 살고 있는 원룸의 재계약 시기를 두달 앞두고 집주인이 기존 전세금을 10% 올리거나, 월세 조건으로 바꾸는 기준을 내세우면서다. 해외 대학원을 준비하는 김씨는 자금 마련을 위해서라도 서울에 사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주택 매매가에 이어 전·월세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김씨처럼 1인가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 청년인구까지 서울을 빠져나가고 있다. 경기 광명, 광교 등 서울로 출퇴근하거나 통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신도시들이 개발에 속도를 내는 만큼 청년 인구의 ‘탈(脫) 서울’ 현상의 종착지는 경기 지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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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에서 시민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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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청년층의 지역 간 인구이동 현황 및 특징’에 따르면 지난 2007~2018년까지 약 11년간 서울 청년 인구의 유입비율은 9.4%인 반면, 유출비율은 19.9%로 두배에 달했다. 같은기간 경기 지역에서는 청년인구의 유입 비율이 21.5%로 유출 비율 (10.0%)보다 두배 높았다.

주택 매매가가 오르면서 서울에서 경기 지역으로 이동하는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경기로 이동한 인구는 9만1954명으로 전체 유입 인구의 약 68%를 차지했다. 20대 및 30대의 인구 이동률은 각각 23.1%, 21%로 타 연령대(6~15%)에 높은 편을 나타냈다.

최근에는 전·월세가격까지 상승하면서 청년층과 같은 1인 가구의 집값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원룸(계약면적 30㎡ 이하) 평균 전세 보증금은 1억4388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870만원(15%) 올랐다. 지난달 서울 원룸의 평균 월세는 53만원으로 전월보다 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114만원), 서대문구(79만원), 성동구(73만원)의 방 두·세개짜리 집의 월세가격은 최근 1년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황광훈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통계조사팀 책임연구원은 "지난 10여년 간 수도권은 다른 지역에 비해 20~30대 유입인구가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서울은 유출 현상이, 경기도에서는 유입 현상이 뚜렷했다"며 "서울의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경기지역 내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서울 청년 인구가 일부 경기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청년층 대상으로 공급하는 공공주택 비율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0년 주거종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안에 공공임대 및 공공지원임대주택을 총 18만10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공공주택은 4만3000호로 지난 2018년(3만5000호)과 지난해(4만1000호) 계획한 규모보다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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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월 29일 국회에서 3호 총선 공약 '청년·신혼 맞춤형 도시 조성 등을 통한 주택 10만호 공급' 약속을 참석한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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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를 비롯한 여당도 경기 광교, 광명 수도권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청년 주거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 3기 신도시 택지개발지구 내 지하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역세권에 청년벤처타운, 신혼부부특화단지가 연계된 '청년·신혼 맞춤형 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년들의 이 같은 인구 이동 대부분은 여전히 수도권 안에서만 이뤄지는 상태다. 서울에서 빠져나간 인구를 흡수하는 건 비수도권이 아닌 또 다른 수도권인 경기나 인천 지역이다.

이 때문에 청년 인구의 탈(脫)서울화는 이들의 자발적인 의지보다는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쫓겨나듯 외곽으로 향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 내 주택들의 단순 매매가에 이어 최근에는 전셋가까지 치솟으면서 이를 견디지 못하고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자발적으로 이전하는 젠트리피케이션(내몰림) 현상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9년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거주 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다. 전년도와 비교해 인구가 늘어난 시·군·구 1~10위는 모든 지역이 수도권에 해당된 반면, 부산, 대구, 전북, 대전, 전남 등 대부분의 비수도권 인구는 감소했다.

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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