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 노사합의를…
안받아들이면 매각 성사안돼”
노조 “무책임하다” 거절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5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회사를 규탄하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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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을 지낸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이 이스타항공 실질 대주주인 이상직 의원 대신 직접 나서서 체불임금 250억원 중 110억원을 부담하기로 한 것에 합의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와의 합의를 발판으로 제주항공과의 매각 딜을 성사시키려는 취지인 한편, 딜이 깨졌을 때 대비해 제주항공과의 소송전에 명분을 쌓으려는 목적이다. 노조는 남은 체불임금 140억원에 대해서 대주주와 회사가 무책임하다며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28일 <한겨레> 취재 결과, 최근 김현정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쪽에 여러차례 연락해 “2~3월 체불임금인 110억원에 대해 노사가 합의하고, 노조에서는 제주항공에 전향적으로 나서라는 입장표명을 해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전달했다. 이런 요청과 관련해 김 부대변인은 “딜 성사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첫번째 이유로 내세웠다. 또 다른 한편 딜이 깨져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소송전으로 비화됐을 때, 체불임금 책임 소재에서 유리한 입지에 서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평택을 지역구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 부대변인은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제주항공과 체불임금 책임소재를 두고 갈등이 불거졌을 때부터, 체불임금 책임은 제주항공에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스타항공의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를 소유한 이상직 의원의 두 자녀가 주식을 매입한 자금 출처도 불분명하다는 의혹이 새삼 재조명받은 뒤, 2~3월분의 체불임금에 해당하는 11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그 이후 발생한 체불임금 140억원에 대해서는 항공사 ‘셧다운’을 지시한 제주항공 쪽의 책임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셧다운 지시와 관련해서도 제주항공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 부대변인은 노조가 110억원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딜 무산에 대한 노조 책임’을 언급했다. 김 부대변인은 노조와 한 통화에서 “110억원마저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주항공과의 딜은 성사되지 않을 게 명확하다”며 “딜이 깨질 경우 정부의 엘시시(저비용항공사·LCC) 프로그램으로 지원받아야 하는데 조합원들에게 어렵다. 향후 계획이 있느냐”고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스타항공 노조 관계자는 “딜의 책임을 왜 노동자에게 묻느냐, 딜이 깨지더라도 왜 대주주의 명분을 노조가 쌓아줘야 하느냐”고 입장을 밝혔다.
정작 이스타항공의 실질 대주주인 이상직 의원은 현재 갈등 상황에서 “7년 전 경영에서 손을 뗐다”며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노조는 또 김 부대변인 편에 “이상직 의원이 직접 연락했으면 좋겠다”고 했으나, 김 부대변인은 “(이상직 의원이) 그건 안된다고 한다.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이날 김 부대변인은 <한겨레> 연락에 응하지 않다가 이스타항공 관계자를 통해 “당 부대변인 자격으로 나선 게 아니라, 노동 전문가로서 중재를 위해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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