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이 판매한 1000억원 규모 무역금융펀드 파생결합증권(DLS) 환매가 연기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글로벌 무역이 침체되며 무역금융 관련 채권 회수가 원활하지 못한 까닭이다.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무역금융펀드 관련 상품에서 또 다른 환매 연기가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KB증권에 따르면 회사가 판매한 'KB able DLS 신탁 TA인슈어드 무역금융' 상품 1000억원 규모가 지난 4월 만기 상환에 실패하고 다음달까지 3개월간 환매가 연기된 상태다. 해당 상품은 수출입기업의 신용장 거래 등 무역금융에서 발생하는 매출채권 수천 건을 모아 유동화한 무역금융펀드가 기초자산이다. 무역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무역대금 원금과 무역금융 제공에 따른 이자를 받아 연 4%대 수익률이 기대되는 상품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화물운송 선박 입항이 어려워지는 등 정상적인 무역거래가 힘들어지며 환매가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상품은 해외 무역금융펀드를 바탕으로 NH투자증권이 발행한 DLS로 구성됐다. 동일한 해외 무역금융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한 유사 상품이 KB증권뿐만 아니라 우리은행 등 국내 은행권에서도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환매 연기 사태가 국내 다른 판매사가 판매한 유사 상품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무역금융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 외에 해당 무역금융에 보험을 제공하는 형태 펀드도 만들어지는 등 복잡한 구조의 상품이 다수 발행된 것으로 안다"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무역 위축 현상이 빨리 해소돼야 관련 상품 원리금 상환도 원활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기초자산인 무역금융펀드는 무역금융을 제공하며 해당 수출 물품에 대한 담보를 설정하는 한편 비우량 무역업체는 원금을 보장해주는 무역보험 가입을 통해 원금 손실 위험을 제한해뒀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이 발생한 까닭에 담보 물품 처분은 물론 보험금 지급 관련 법적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어 신속한 펀드 상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글로벌 무역금융 관련 투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회복된 최근 10년간 활성화돼 왔다. 금융위기로 은행·보험권이 타격을 입으며 무역금융 제공이 원활하지 않자 헤지펀드 등에서 제공한 자금이 무역업체의 무역금융 니즈를 채워왔기 때문이다. 신용장 개설을 비롯한 무역금융은 대출 제공기간이 30일에서 최장 180일 이내로 만기가 짧고 담보로 활용될 수 있는 물품 거래가 수반되기 때문에 부도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도 무역금융펀드 투자가 활발히 일어날 수 있던 배경이 여기에 있다.
다만 무역금융펀드 역시 라임 무역금융펀드나 옵티머스자산운용 공공매출채권펀드처럼 사기가 의심되는 투자처에 투입되면 이 같은 안정성은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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