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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 의원의 자녀들이 이스타항공과 지주사인 이스타홀딩스에 대한 지분 등의 권한을 포기한다. 오너 일가가 경영 악화 및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각종 임금 체불 논란 및 경영 참여 의혹 등에 대해 책임을 지는 동시에 인수합병 당사자인 제주항공에 사실상 최후의 통첩을 날린 셈이다.
29일 이스타항공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 의원과 그의 딸인 이수지 이스타항공 상무 등이 이스타항공 매각에 따른 각종 대금과 권한 등을 모두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성명서에서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지분 모두를 이스타항공 측에 헌납한다”고 밝혔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좀처럼 인수 협상 과정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너 일가가 각종 이득을 포기하며 제주항공에게 인수 협상 성사 여부에 대한 공을 넘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스타항공의 매각 대금은 약 545억 원이다. 매각이 완료되면 이 대금은 지주사인 이스타홀딩스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스타홀딩스 지분 대부분은 이 상무 등 오너 일가가 가지고 있다. 매각 대금은 대부분 각종 차입금 및 금융 이자 변제 등에 사용될 예정이지만, 일부는 대주주 등이 가져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초 이스타항공은 대주주가 가져가는 대금 역시 이스타항공이 직면하고 있는 임금 체불 등을 해결하는데 대출 형태로 쓰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주주가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게 된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등에서는 오너 일가의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체불임금과 각종 대금에 책임을 지기로 한 계약이 있다고는 하지만, 임금을 체불하는 상황까지 오도록 경영 악화를 만들어낸 오너일가와 격영진에 대해 책임을 촉구한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이번 결정이 제주항공에게 “한 만큼 했으니 인수 협상을 마무리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사실상 포기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업계가 최악의 위기에 빠져있는데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 각종 자금이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 점 등이 자칫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줄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29일은 두 회사의 거래 종결 시한이었다. 즉, 이 날까지 두 회사가 인수 협상을 완료하던지 아니면, 인수 협상을 3개월 연장한다는 발표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은 추가 협상을 기다릴 상황이 아니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근로자 대표 및 노조와의 간담회에서 “29일에 인수 협상 종결을 못하고 3개월 인수 협상을 연장할 경우 이스타항공은 더 이상 버틸 자금이 없어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협상이 더 길어질 경우 직원들의 고용 마저 위태로워 지는 상황에서 오너 일가 총 사퇴와 매각 대금을 이용한 체불 임금 일부 책임 등의 카드를 던져 제주항공을 압박한 것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빨리 인수 협상이 완료가 돼야 한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거리로 나 앉게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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