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이상직 의원 "가족 소유 이스타항공 지분 모두 회사에 헌납할 것"(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각 무산 위기에다 자녀 황제 재테크, 임금 체불 등 논란 이어져
국회의원 신분으로 부담 느낀 듯… 업계 시선은 싸늘

체불 임금 문제 등으로 이스타항공 매각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스타항공의 창업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이 "이스타항공(이스타홀딩스) 지분 모두를 회사 측에 헌납하겠다"고 29일 밝혔다.

쉽게 말해 제주항공으로부터 받기로 한 매각대금 약 410억원을 회사 측에 귀속시키겠다는 것인데, 제주항공이 인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이스타항공의 부채가 너무 많아 이상직 의원 일가의 지분가치는 이미 제로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스타항공 모회사인 이스타홀딩스는 이상직 의원 일가의 가족 회사다. 이스타홀딩스는 2013년 자본금 3000만원으로 세워졌는데, 이 의원의 딸 이수지(31) 대표가 33.3%, 아들 이원준(21)씨가 66.7%를 보유하고 있다. 자본금 3000만원으로 설립됐으며 설립 1년도 되지 않은 2014년 100억원을 들여 이스타항공 주식 68%를 매입해 자금 출처 등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자녀 이름으로 대출을 낸 뒤 회사를 키우고 되팔아 ‘황제 증여 재테크’라는 핀잔도 받고 있다.

조선비즈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김유상(왼쪽) 이스타항공 전무가 이 회사 최대주주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의 입장문을 대독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최지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유상 이스타항공 전무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직 의원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이 의원은 입장문에서 "가족회의를 열어 제 가족들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지분 모두를 헌납하기로 결정했다"며 "직원들의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 창업자로서 매우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지연되면서 무분별한 의혹 제기 등으로 이스타항공은 침몰당할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며 "저의 가족이 희생을 하더라도 회사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은 제 분신이나 다름없다"며 "대기업이 국내 항공시장을 독식하던 2007년, ‘무모한 짓’이라는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저비용 항공시대를 열겠다는 열정 하나로 이스타항공을 창업해 직원들과 피와 땀, 눈물과 열정을 쏟았다"고 했다.

이어 "그 결과 한 해 5000여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다"며 "그러나 지난해 한일관계의 악화에 따른 항공 노선 폐쇄, 올 초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돌발변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난해 9월 말부터 제주항공의 M&A 제안으로 위기돌파를 모색했지만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스타항공의 창업자로서 번민과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며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창업자의 초심과 애정으로 이스타항공이 조속히 정상화되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조선비즈

(오른쪽부터)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 딸 이수지 이스타항공 상무 겸 이스타홀딩스 대표, 아들 이원준씨. /이스타항공 직원 제공



마이크를 넘겨 받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이상직 창업자와 가족들의 통큰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제주항공이 당초 약속한대로 진정성을 가지고 인수작업을 서둘러주기를 1600명 임직원들과 함께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제주항공에 강력히 촉구한다"며 "당초 내걸었던 M&A 약속을 확실히 이행해달라. 현재 이스타항공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1차적 책임은 저희들에게 있지만, 제주항공 역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주항공과의 M&A 진행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정부지원을 받을 자격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며 "이스타항공에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 된다면 제주항공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금명간 인수에 대한 확실한 의사 표명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당국에도 과감한 지원을 요청한다"며 "피땀흘려 일궈온 항공산업 생태계가 붕괴되기 전에 정부가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나 노조는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의원직 신분이라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됨에도 임금 미지급 이슈로 여론이 너무 악화되니 어쩔 수 없이 지분을 포기하기로 한 것 같다"면서 "이미 이스타항공은 빚이 너무 많고,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어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 가치가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스타항공은 1분기말 기준 부채가 2200억원에 달하며, 매달 100억원 넘게 늘고 있다. 임금체불액도 250억원을 넘어섰다.

이스타항공 한 노조원은 "사측이 진정한 사과는 하지 않은 채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며 "이미 빚덩이인 회사 지분을 내려놓는 건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안위만 챙기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